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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Apr 03. 2020

우리 학교 온라인 수업(Distant Learning)

서툰 영어로 미국 학교에서 일하는 한국 아줌마의 미국 학교 생존기


생존 영어로 미국 학교의 특수학급에서 보조 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가

미국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생존의 기술, 그리고 그 몸부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세계 곳곳의 학교들이 휴교 중이다.

한국에서는 겨울방학이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더니 드디어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다는 뉴스를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는 각 학교에서 이미 다양한 온라인 수업과 원격 수업이 진행 중이다.




3월이 되었어도 캘리포니아 답지 않게 유난히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계속되었다.

그런데 3월 두 번째 수요일은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이 퍼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 동네는 평온해 보였고, 동료들과 아마 휴교는 없을 거라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다음 날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비 오면 더 심란을 피우는 3번 방 아이들과 씨름을 하는 중에 학교에서의 단체 모임을 금지한다는 교육부의 공지가 내려왔다.

곧 금요일 아침마다 하는 전교생 조회취소한다는 교장의 안내 방송이 나왔고 교내 분위기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요일 아침, 3번 방에 들어서니 담임 Ms. K가 휴교를 할지 모른다며 아이들 집으로 보낼 학습지와 물건을 챙기라고 하였다.

수업이 진행되는 중에 4월에 있는 봄방학을 당겨서 3주간의 휴교에 들어간다는 교육구의 이메일이 교직원과 학부모들에게 전달되었다.

그 날 하굣길은 질문하고 싶은 게 가득한 학부모와 학교가 쉰다니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들로 몹시 혼란스러웠다.

모두가 어리둥절한 가운데 학교는 언제 끝날지 모를 휴교를 정신없이 맞은 것이다.




학생들은 코로나 때문에 뜻밖의 3주간의 봄방학을 맞아 얼떨떨해하면서도 신이 났고, 학부모들은 주정부와 교육구의 결정에 황당해하면서 휴교 첫 주를 보냈다.

갑작스럽게 휴교를 정한 교육구에서는 주정부의 시시각각 변하는 정책에 맞춰 휴교 연장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이메일을 일요일 낮임에도 교직원들에게 보냈다.   

근무시간과 개인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미국에서는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3주 간의 임시 휴교만을 고려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상황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휴교 연장과 함께 수업 손실을 막기 위해 온라인 수업을 시행하는 방안이 급하게 강구된 모양이었다.

얼떨떨하지만 신나게 집에서 뒹구는 학생들과 달리, 휴교 후 첫 월요일부터 교직원들에게는 이메일이 쏟아지더니, 봄방학으로 대치한다던 휴교 주 내내 돌아서면 교장과 교육구 담당자로부터 온 이메일이 서너 통씩 쌓였다.

다음 주부터 온라인 수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지침과 실행 방안에 대한 이메일은 읽을 때마다 다른 내용이 업데이트되어 있었다.

다른 나라의 상황을 뒷짐 지고 구경만 하던 미국 정부와 주 정부의 급작스런 결정에 휴교는 시작했으나 교육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없어 강구된 온라인 수업과 온라인 교실을 시행하려니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하는 교육구와 그들의 밀어붙이기식 교육 행정에 실적을 보여야 하는 교장들은 교사와 관련 직원들을 압박하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 주간의 준비 후, 휴교 두 번째 주, 내가 일하고 있는 교육구에서는 Distant Learning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또는 원격 수업이 시작되었다.




우리 교육구에서는 담임이나 교과 담당 교사들에게 Google Classroom을 개설하여 과제 및 학습활동을 공지하고 Google Hanout을 이용해 온라인 상에서 학생들을 만나도록 하였다.

재정이 여유가 있는 주변 다른 교육구나 사립학교에서는 Zoom이라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양한 유료 온라인 수업 플랫폼을 이용하기도 하고, 전문 인력이 투입되어 신속하게 온라인 수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루어진 모양이었다.

그러나 재정에 여유가 없는 우리 교육구에서는 Google에서 제공되는 무료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Distant Learning을 시작하였다.

담임이나 교과 담당 교사들은 교육구 담당자가 급하게 준비한 Google Classroom과 Google Hanout 그리고 Google Meet에 대한 온라인 연수를 받으면서 Distant Learning을 준비했다.

교육구는 직원들 월급을 보존해주기 위해 직책과 업무 따라 직원들이 학생이 없는 학교 현장이나 집에서 학교 담당자들이 정한 일들을 수행하도록 지시했다.

나와 같은 보조교사들에게는 교육구의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학교와 교사들의 필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그리고 교사들의 연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Distant Learning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교사들을 도울 수 있도록 교사들이 받은 것과 같은 내용의 Google 프로그램 연수를 받도록 하였다.




휴교 후 두 번째 주가 되자 교육구의 안내 이메일처럼 고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의 교과 담당 선생님들에게서 Distant Learning과 과제에 대한 이메일이 오기 시작했다.

그 사이 빠릿빠릿하게 수업을 준비한 열심 있는 선생님은 월요일 아침 바로 온라인으로 학생들을 만나 강의를 하고 과제를 제시해주기도 하였지만 Distant Learning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선생님에게서는 며칠이 지나서야 이멜일 한 통이 빼꼼 오고 끝났다.

뜻밖의 방학인데 나가지 말라니 집 안에서 종일 뒹굴거리며 디바이스랑 붙어사는 두 고등학생을 하루 종일 보자니 엄마로서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기도 했는데 숙제라도 하는 모습을 보니 안도감이 들었다.


알아서 숙제하고 알아서 노는 고등학생 둘과 내내 집에서 부대끼는 것에 질력이 날 무렵, 하루 종일 징징대며 수선 피우고 제멋대로 말썽을 피우는 것이 특기인 3번 꼬마들과 밖에도 나가고 집에서 씨름하며 지낼 3번 엄마들이 생각났다.

게다가 컴퓨터 자판을 치기는커녕 혼자서는 학습지 한 장도 끝내지 못하는 특별한 다섯 살짜리 꼬마들의 Distant Learning은 대부분 엄마의 몫일 텐데, 휴교가 더 연장된다니 3번 방 엄마들은 얼마나 갑갑하고 어려울까 싶다.

3번 방 엄마들에게는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휴교가 무서울 것 같다.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무서운 바이러스보다 하루 종일 내가 돌보아야 하는 특별한 아이를 인내해야 하는 시간이 더 두려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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