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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Oct 14. 2020

이렇게도 수업이 되나요?

교실 안 아이들과 화면 속 아이들이 함께하는 남다른 아이들의 교실 풍경

드디어 방학 중에 떠밀려서 전근 온 초등학교의 특수학급의 아이들을 만났다.

내가 새롭게 일하게 된 특수학급은 Ms. W가 담임하는 12번 방이다.



개학은 온라인 수업으로 시작되었지만 저학년부터 학교에 오기 시작해 오프라인 수업을 선택한 전교생이 등하교한 지 이주가 되어간다.

12번 방 아이들은 특수학급이 첫 등교 대상인 덕분에  3주째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이 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작년에 처음 개설되었고, 현재 유치반과 1학년 혼합반으로 구성된 12번 방이 이 학교의 유일한 특수학급이다.

그런 탓에 12번 방 담임 Ms.W가 이 학교의 유일한 특수학급 담임이고 나와 다른 두 보조교사가 이 학교의 셋 뿐인 특수학급 보조교사다.


100% 온라인 수업을 선택한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12번 방에서는 오전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오후에는 오프라인 수업만 있다.

특수학급 교사가 교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과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아이들을 실물과 노트북을 통해 동시에 보면서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내가 1:1로 맡게 된 학생, 노리가 온라인 수업을 선택한 탓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동안 나는 노트북을 앞에 두고 화면으로 보이는 온라인 수업 아이들을 돕는다.

그 사이 다른 두 보조교사는 교실의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느라 분주하다.

개인 공간을 표시한 네모 안에 있는 책상 앞에 앉은 아홉 명의 아이들과 화면으로 교사를 바라보는 세 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하는 수업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난다.

교실의 아이들이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온라인에서 참여하는 아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는 교실 수업에서는 크고 작은 갖가지 사건들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처음에는 가능할까 싶었던 이상하고 괴상한 수업 모습이지만, 서로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고 수업도 어찌어찌  진행이 되어간다.


점심식사 테이블 : 파란 스케줄과 초록 스케줄로 구분되어 정해진 색의 스티커 자리에 앉아야 한다. 아이들이 같은 자리에 앉는 것을 피하고 안전 거리 확보를 위함이다.


12번 방은 책상 주변에 파란색 테이프로 영역이 표시되어 있다.

코로나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것 네 것 없이 만지고 건들 거리낌 없이 접촉하는데 익숙한 남다른 아이들에게 자기 통제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너는 네 공간 안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눈에 보이는 표시가 필요하다.

수시로 선을 넘지만 그래도 파란 선이 아이들을 조심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12번 방의 파란 영역 표시 : 책상 주인은 자기 책상 주변의 파란 울타리 안에 머물러야 한다.


아이들은 학교에 왔지만 교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함께 놀거나 모여 앉아 점심을 먹을 수도 없다.

자기 책상에서 자기 네모 안에서 머물러야 하고 지정된 자리에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

유일하게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노는 쉬는 시간에도 안전 요원과 선생님들의 잔소리에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특수학급의 남다른 아이들은 점점 답답해하고 규칙을 벗어나려 발버둥을 친다.

마스크를 쓰는 건지 빨아먹는 건지 모르는 탓에 하루에 대여섯 번이나 마스크를 바꿔야 하는 아이도 있고,

틈만 나면 다른 아이 자리에 침범하려다 걸리는 아이도 있다.

물을 마시면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까닭에 물병을 입에 물고 있는 아이도 있고,

잔소리하는 보조 교사들을 향해 "너를 해고할 거야."라고 소리를 지르는 아이도 있다.


오늘도 12번 방에는 파란색 네모 안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남다른 아이들과 스크린 앞에서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꺅꺅 거리는 남다른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 사이에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쓴 채 잔소리를 하고 장갑을 여러 번 갈아 끼는 틈틈이 손을 닦거나 소독제를 바르며 살아남기 위해 애썼던 교사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틈만 나면 몰래 파란색 테이프를 조금씩 제거하는 쏘낭을 보며 생각했다.

저 테이프가 사라질 때면 코로나도 사라져서 남다른 교실이 다시금 일상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물론 당장 쫓아가 테이프 떼면 안 된다고 쏘낭을 말렸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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