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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Dec 19. 2018

미국에서 매일 만나는 문신 옷을 입은 사람들

미국에서 살면서 보고 느낀 미국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 2

미국에 처음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문신(Tattoo)한 사람들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 간혹 연예인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문신한 것을 보기는 했지만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의 문신은 전에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미국에 첫 발을 디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을 가는데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팔과 다리에 알록달록한 그림이 있는 토시를 끼고 스타킹을 신은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한국에서 한참 쿨토시라는 것이 유행하고 있던 때라서 미국은 더 세련된 잠자리 날개 같은 토시와 스타킹이 있구나 신기해서 그 사람의 팔과 다리를 힐끗거리며 보았다.
그런데 그것은 토시와 스타킹이 아니었다.
티셔츠와 반바지 밖으로 보이는 팔과 다리를 화려한 여러 가지 문양의 문신(Tattoo)으로 채운 것이었다.
미국 초보였던 나는 눈을 떼지 못하고 그 사람이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쳐다보고 서 있었다.
그 사람을 시작으로 몸에 두세 개의 문신은 기본이고 팔다리뿐 아니라 목이나 손등까지 문신으로 뒤덮은 마치 문신 옷을 입은 것 같은 사람들을 여기저기서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팔다리 가득 문신을 하거나 부담스러운 문양의 문신을 한 사람들을 보면 불편하고 겁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문신을 할 때 얼마나 아팠을까 오지랖 넓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수시로 그런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지금은 익숙해져서 문신이 자신의 무엇인가를 드러내고 싶은 사람들의 자기표현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며 그 또한 그들의 개성이라 여기게 되었다.
물론 험악하거나 선정적인 문구나 그림을 떡하니 종아리나 팔뚝에 문신한 사람들을 보면 여전히 속으로 흠칫할 때는 있지만 말이다.
한자나 일본어를 문신한 미국인들도 적지 않게 보는데 그때마다 속으로 그 한자 읽으면서 저 한자의 뜻을 알고 새긴 걸까 혼자 엉뚱한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도 문신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기사나 과거에 했던 문신을 지우기 위해 시술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한국도 내가 그곳을 떠나던 때와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아마도 내가 볼 수 없는 옷 안에도 빈틈없이 문신이 되었으리라 상상이 될 만큼 빼곡하게 밖으로 보이는 모든 부분을 문신으로 채워 알록달록한 문신 옷을 입은 문신 맨 같은 사람들을 볼 때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은 그만큼은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어느 날, ESL 영어수업 시간에 문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대부분의 우리 반 학생들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문신한 사람들을 보고 나처럼 놀란 경험이 있었다.
우리 반 선생님도 사람들의 문신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주사자국으로 인한 피부 변색 때문에 진하게 문신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 이야기를 선생님으로부터 듣고 문신에 감추고 싶은 개인사도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신은 무엇인가를 드러내고 싶을 때도, 무엇인가를 숨기고 싶을 때도 이용되는 것 같다.
  
오늘도 나는 다양한 문양과 글을 여기저기 새겨 넣은 사람들을 만나거나 보았다.

물론 자신의 몸에 자신의 의지로 문신을 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이고 스스로의 선택이니 잘했다 잘못했다 따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들 중에는 젊음의 자유로움이나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또는 멋이나 유행의 흐름에 따라 문신을 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한 번 새긴 것을 다시 지우기 위해서는 문신을 할 때보다 더한 고통과 시간이 필요하다는데도 불구하고 몸에 그것을 새기지 않고는 안 될 만큼 무엇인가 소중하고 간절했을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른 뒤 후회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간절함과 절박함을 몸에 새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간절함이나 절박함을 몸에 새기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어떤 생각이나 마음으로 지우개나 비누로는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몸에 남기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문신을 하던 순간을 돌이키고 싶어 지는 때가 오지 않는 결정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새가슴을 가진 겁 많은 한국 아줌마인 나는 가끔 내 아이들과 길을 가다가 문신한 사람들을 만날 때면 지레 겁을 먹고 단속에 들어간다.
문신을 할 땐 멋있는 것 같아도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도 많대.
문신을 할 때는 그 문신이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만 살다 보면 그 문신을 지우고 싶을 때가 올 수도 있는 거야.
문신을 할 때도 아프지만 그걸 지우려면 여러 번 시술을 해야 해서 돈도 많이 들고 엄청 아프대.
내 딴에는 나름 객관적인 사실인양 엄포를 놓으며 겁을 준다.
 
미국 문화 속에서 미국에 사는 아이들과 함께 사춘기를 보내며 미국 학교를 다니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언젠가는 후회할지도 모를 것들을 몸에 새기고 내 앞에 나타날까 봐 어쩌면 사서 걱정을 하고 있는 것 일 수도 있다.


몸에 새기고 싶을 만큼 간절한 것은 마음이나 생각에 새기고, 몸에 새겨서라도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이나 글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것이, 태어날 때 주어진 깨끗한 피부에 후회의 흔적 남기지 말고 살아가 주길 바라는 새가슴 엄마의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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