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사 Aug 21. 2018

낯선 땅에서 ‘괜찮은 음식점’을 찾는 법

’ 괜찮은 음식점‘을 찾아 헤매는 이 땅의 모든 여행자들을 위하여



인생의 즐거움 중 ‘먹는 것‘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단언컨대 난 보통 사람들의 평균 비율보다 월등히 높다. 마음대로 되는 거 하나 없는 세상에서 내 맘대로 고르고 내 기준에 맞으면 그만인 나만의 ‘작은 사치’이기 때문이다. 한창 물이 올랐을 때는 유명하다는 곳, 뜨는 곳, 땡기는 곳은 무조건 찾아갔다. 그 거리나 가격이 중요하지도 않았다. 뭐가 됐든 내 구미에 당기면 내 입으로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었다. 난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는 체하는 느낌이 뭔지도 모를 만큼 미친 소화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무심히 흐르는 세월 앞에 무릎 꿇고 소화력도 떨어지고, 체력도 딸리고 무엇보다 음식을 향한 열정도 사그라들었다.     


일상에서 날이 좀 무뎌졌다 해도 여행에 가면 음식을 향한 그 반짝임이 귀신처럼 되살아난다. 여행지에서의 한 끼 한 끼는 여행자에게 너무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위해 그간 축적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구석구석의 내공 있는 음식점을 찾아간다. 언젠가부터 ‘맛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게 됐다. 대신 ‘괜찮은 음식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 맛집‘이라는 단어가 가진 본연의 뜻이 각종 마케팅을 통해 퇴색되어 버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 괜찮은 음식점‘을 찾아 헤매는 이 땅의 모든 여행자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나만의 몇 가지 기준을 소개한다.     


현지 유학생, 워홀러, 주재원, 해외 동포 분들의 후기를 집중 공략할 것!

출발 전 여행지에서 가볼만한 음식점을 찾을 때, 선배 여행자들의 후기는 그저 거들기만 한다. 대신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유학생, 워홀러, 주재원, 해외 동포 분들의 블로그를 깊이 파는 편이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관광객 말고, 그곳에서 생활을 이어가는 분들이 가진 정보야 말로 로컬들의 살아 있는 정보다. 뜨내기 관광객의 입맛에 맞춘 특색은 없고 값만 비싼 음식점들이 아니다. 현지인들에게 시차 없이 받은 정보이자, 본인이 직접 가서 체험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국인의 입맛 검증까지 마친 음식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글맵이나 트립어드바이저의 내용과 평을 주의 깊게 볼 것!

현지어가 많이 쓰여 있고 별점 4 이상(구글맵 기준)이면 평타 이상 보장한다. 비영어권인데 영어 평이 많은 곳은 배제한다. 한국어 평으로 도배된 곳 보다 3~4개 정도 있으면 안심할만하다. 한국어 평이 많다는 건 그만큼 한국인이 많다는 뜻이고, 그것은 동시에 명동 한복판에서 밥 먹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굳이 비싼 비행기표 끊고 해외까지 나가서 느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런 곳 또한 과감히 패스한다. 또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영업시간, 휴무일, 대표 메뉴, 피크 시간 등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때로는 예약 사이트도 연계되어 있으니 현지어 불능자들은 사전에 적극 이용하길 추천한다.     


관광지 바로 앞에 있는 음식점은 피할 것!

파리의 에펠탑, 런던의 런던아이,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처럼 각 도시를 대표하는 유명 관광지는 늘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그들을 공략하기 위해 늘어선 음식점들은 한결같다. 전 세계인의 입을 공략하기 위해 좋게 말하면 무난한, 나쁘게 말하면 특색 없는 음식이 대다수다. 딱 봐도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에 해동시킨 듯한 피자와 시판 소스 범벅인 파스타들이 테이블 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럴 때는 고민하지 말고 차라리 유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를 택하는 것이 정신 건강이나 지갑 사정에 도움이 된다. 위치를 제외하고 가격, 서비스, 음식의 질이라는 삼박자가 고루 최악을 달리므로 가능한 한 배제한다. 관광객이 넘쳐나는 메인 스트리트에서 딱 5~10분만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도 최소한 맛은 물론 영혼까지 상실한 음식을 마주할 일은 없다.     

 

앉아서 먹고 있는 손님들의 차림새를 주의 깊게 관찰할 것!

공항, 터미널, 역 근처에 괜찮은 음식점이 없는 이유는 뭘까? 세상은 배고픈 뜨내기들에게 친절하지 않다. 뜨내기손님을 상대하는 관광객 대상 음식점들에게 ‘다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겨우 허기만 면할 정도의 음식물들이 차려질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낯선 곳에서 음식점을 찾을 때는 잔뜩 차려입고 사진 찍기에 바쁜 관광객이 득실득실한 곳이라면 과감히 패스한다. 대신 근처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으러 나온 듯 출입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이 줄 서 있는 곳이나, 슬리퍼 직직 끌고 동네 슈퍼 오듯 가벼운 옷차림의 손님이 있는 곳을 택한다. 그런 곳들이라면 관광객용 거품을 뺀 가격에 조금 더 현지인의 입맛에 가까운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