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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Oct 02. 2018

가을에는 새우가 맛있새우

세계 새우요리 탐방기




     


지난 주말, 가족들과 1박으로 캠핑을 다녀왔다. 캠핑장의 밤 줍기 이벤트 기간에 맞춰 감행한 캠핑이었다. 지난여름 폭염 속에서 캠핑을 할 때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한산 했고, 여유로웠다. 캠핑의 꽃은 역시 바비큐가 아닐까? 이번에는 무슨 재료를 올릴지 고민하다가 때가 때이니만큼 활새우를 주문했다.

그래! 가을, 새우의 계절이 온 것이다.


3대가 모인 대가족이 대하를 먹기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꿩 대신 닭, 아니 자연산 대하 대신 양식 흰 다리 새우로 우리 가족은 푸짐하게 가을을 만끽했다. 붉은 노을을 토해낸 해가 뉘엿뉘엿 사라지자, 숯도 빨갛게 달아올랐다. 차례로 준비된 그날의 아이템들이 석쇠 위로 런웨이를 시작한다. 목살 -> 삼겹살 -> 버섯-> 양파-> 파인애플 -> 새우 -> 전복 등등 화려한 맛의 쇼가 펼쳐졌다. 쟁쟁한 경쟁자들이 자신의 매력을 뽐냈지만 그날 바비큐 무대의 주인공은 단연 <새우>였다. 지난해 활새우 시즌이 끝나고 먹어왔던 수입 냉동 새우와는 차원이 다른 탱탱함과 특유의 단맛이 입안을 감쌌다. 게다가 아직 껍데기도 얇아 머리만 따로 모아 버터를 넣고 수분이 사라질 때까지 볶으니 일품요리 부럽지 않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스러운 새우를 먹고 있노라니 여행지에서 나를 황홀케 했던 새우 음식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스페인의 <감바스 알 아히요>

근 2~3년 사이 인지도가 급성장한 새우 요리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단연 스페인의 새우요리 <감바스 알 아히요>라고 생각한다. 새우와 마늘, 올리브 오일을 주재료로 하여 만든 스페인의 전채 요리인 타파스의 한 종류다. 한국의 스페인 요리 전문점에서도 맛을 보았었지만 본토의 맛이 궁금해 스페인에 갔을 때 크고 작은 음식점에 갈 때마다 <감바스 알 아히요>를 주문했다. 맛이 특출 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실패하기 거의 불가능한 음식이 바로 <감바스 알 아히요>다. 충분히 익은 마늘을 식전 빵 위에 으깨듯 바르고 올리브유를 듬뿍 적셔 새우와 함께 먹으면 스페인이 내 입으로 들어온 기분이다. 지역이 지역인 만큼 신선한 올리브유를 차고 넘치게 내어주는 스페인의 <감바스 알 아히요>의 진정한 매력이다.  
     



홍콩의 <새우 완탕면>

맛의 천국 홍콩하면 나는 제일 먼저 <새우 완탕면>이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호흥키(何洪記)의 새우 완탕면을 사랑한다. 중국의 이곳저곳, 홍콩의 이곳저곳에 있는 새우 완탕면을 먹어 봤지만 호흥키만 한 맛을 찾을 수 없었다. 미슐랭 원스타고 뭐고 그냥 내 입에 새우 완탕면의 기준은 호흥키다. 감칠맛 넘치는 육수에 꼬들꼬들한 에그 누들이 새우 딤섬과 사이좋게 담겨 나오는 새우 완탕면. 그 한 그릇은 가히 영혼을 위로하는 맛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제일 먼저 짭짤 달큰한 향이 퍼지는 맑은 육수를 한 입 떠 넣으면 온몸이 찌르르 신호가 온다. 식도를 타고 온몸 구석구석 퍼진 감칠맛에 온 세포들이 요동을 친다. 그리고 새우가 큼직하게 들어간 돼지고기소로 만든 새우 딤섬을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에 은은한 생강향이 퍼지며 부드럽게 씹힌다. 톡하고 터지는 새우가 입안에서 불꽃놀이를 펼친다. 마지막으로 보기엔 딱 노란 고무줄 뭉친 것처럼 보이는 에그 누들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안에 넣는다. 꼬독꼬독하게 씹히는 면발은 반항기 넘치는 10대 청소년처럼 자유분방한 맛이 꽤나 재미있다. 다시 한번 육수를 한 스푼 떠 넣어 에그 누들로 마른 입안을 촉촉이 적신다. 그러면 “나만의 새우 완탕면 맛있게 먹기” 루틴 한 바퀴가 끝난다. 여행에 날씨 운이 비교적 좋은 편인데 유독 홍콩에 가면 비가 자주 왔었다. 비에 젖어 몸도 마음도 무거운 여행자를 위로하는 새우 완탕면이 그곳에 있다면 언제든 난 다시 홍콩으로 떠날 것이다.          



코타키나발루의 <생새우회> & <버터소스 새우>

지난 1월, 마카오 -> 홍콩 -> 코타키나발루로 이어지는 보름 넘는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의 파트너는 부모님이었다. 긴 여행의 끝 어떤 것이 제일 기억에 남았냐는 나의 물음에 아빠는 대답하셨다. “코타키나발루에서 먹은 <새우회>“. 마카오의 에그타르트도 아니고, 홍콩의 딤섬도 아니고, 호텔의 뷔페도 아니고, 새우회라니. 좀 의아했다. 당시 여행은 중반을 훌쩍 넘겼고 월남전 참전 때 빼고 한국땅을 이렇게 오래 떠나 온지는 아빠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중간중간 한식으로 에너지 보충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원초적인 갈망을 해소하진 못했나 보다.
 
코타키나발루에 가는 한국인이라면 빼놓지 않고 간다는 해산물 전문점에 간 것은 코타키나발루 도착 첫날이었다. 나의 여행이었다면 로컬의 식당을 찾았겠지만, 부모님을 위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지극히 한국인 입맛에 맞는다는 가족여행객 대상의 음식점들을 리스트업 해두었던 터다. 오후 5시, 아직 저녁을 먹긴 이른 시간이었지만 북새통에 밥 먹는 게 싫어 일찌감치 도착했다. 거대한 주차장처럼 넓은 홀 사이드드로 크고 작은 해산물 전문점들이 늘어선 곳이다. 많은 나라가 그러하듯 상권은 중국인들이 장악했는지 아님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해서인지 동남아시아임에도 중국식 분위기가 가득했다. 이제 막 영업을 시작했지만 직원들에게서는 잠시 후 시작될 “저녁 장사”라는 결전을 앞두고 무기를 손질하는 군인들처럼 묘한 긴장감과 여유가 교차했다. 워낙 한국 손님이 많이 오는 탓인지 우리가 한국인인 걸 확인 한 나이 지긋한 매니저는 짧지만 능숙한 한국말로 한국인들이 많이 먹는다는 메뉴를 몇 개 추천해 주었다.
     
우린 그중에서 생새우회, 버터소스 새우를 비롯한 음식들을 시켰다. 주문지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등장한 건 새우회였다. 랩을 씌운 접시 위에 새우가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 곁에는 겨자를 곁들인 간장이 나왔다. 초록 고추냉이가 아니라 노란 겨자의 등장에 잠시 동공이 흔들렸다. 새우회를 잠시 관찰하던 아빠는 덥석 집어 새우를 드셨다. 음식에 관한 우리 가족 대표 예미니스트인 아빠는 “맛이 괜찮다” 하셨다. 이건 꽤 큰 만족을 했다는 뜻이다. 음식 칭찬에 인색한 아빠에게 “괜찮다”는 “매우 좋다”는 의미다. 평소 회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닌 내입에도 신선했고, 달게 느껴졌다 . 부모님과의 해외여행시 필수품인 튜브 고추장을 꺼내, 새우에 곁들여 나온 레몬의 즙을 짜서 즉석 초고추장을 만들었다. 새우회를 초고추장에 찍어 드시니 절로 소주 생각이 나셨나 보다. 넌지시 여기도 소주를 파냐고 물으셨다. 소주를 주문하려고 하니 나를 말리셨다. 엄마도 나도 소주를 즐겨 먹지 때문에 아빠 혼자 소주 1병을 감당하긴 무리라고 판단하셨나 보다. 소주는 없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도 종종 그때 그 새우를 말씀하실 만큼 아빠에게 코타키나발루의 새우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아빠에게 새우회가 있다면 엄마에게는 버터소스 새우가 있다. 그동안 새우라고 하면 직화 구이 아니면 소금구이, 혹은 찜 정도로만 드셔온 전형적인 한국의 아줌마다.  새우 자체가 맛이 있는데 굳이 특별한 양념이나 소스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다. 하지만 이곳의 새우 요리는 엄마 입에는 좀 달랐다. 버터를 베이스로 한 달달 고소한 크리미한 소스에 새우를 볶은 요리다. 새우의 향과 맛이 소스와 어우러져 일품요리 못지않은 풍미를 자랑했다. 엄마는 물론 나도 합세해 소스에 묻은 손가락까지 쪽쪽 빨아서 <버터소스 새우>를 즐겼다. 함께 주문한 볶음밥에 남은 소스를 비벼먹는 탄수화물의 민족다운 완벽한 마침표를 찍었다. 기분 좋은 첫인상 덕분일까? 우리 가족이 맛본 새우요리는 앞으로 코타키나발루에서 먹게 될 음식들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튀겨도, 볶아도, 구워도, 삶아도 늘 새우는 옳다.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거나 조리방법의 차이로 인해 현지의 육류 요리가 부담스러울 때 고민 없이 주문할 수 있는 요리가 새우 요리다. 다음엔 또 어디에서 새우 요리의 신세계를 만나게 될지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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