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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Sep 14. 2020

늘 질문을 하던 사람이 질문을 받았을 때

작가님? 어떤 책을 쓰고 싶으세요?


※ 표지 그림
에세이 <포스트잇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
"어쩌다 대박보다는 꾸준한 존버가 체질  편" 중에서 (ⓒ 모리)


입국 심사대에 서면 매번 묘한 긴장감이 온몸을 감싼다. 낯선 땅에 제대로 발을 내딛기 전, 최종 관문 앞에서 덜컥 입국 불가 판정을 받는 건 아닐까? 공항 밖 이국땅의 공기 한 번 코에 넣어 보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 별별 최악의 상황들이 상상 속에서 자라난다. 긴장한 마음을 어색한 미소 속에 겨우 구겨 넣고 있던 난 매번 같은 질문을 받았다.      


너 작가야? 무슨 작가?     


입국 신고서를 받아 들 때면 모든 항목에 기계적으로 빈칸을 채운다. 그러다가도 멈칫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직업란.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하다 매번 좁은 칸을 탓하며 Writer, 작가라고 간략히 적었다. 그 칸을 본 입국심사관 10명 중 7~8명은 어떤 작가냐고 되물었다.      


Writer... in broadcasting...


방송작가. 방송 바닥에서 문장 노동자로 1N 년째 살고 있다. 나는 늘 누군가에게 질문하는 사람이었다.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성향과 생각을 파악했다. 그들이 내뱉는 답변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판을 깔아 주는 게 내 일이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말이 되어 세상에 나올 글, 즉 대본을 쓰는 게 주 업무다. 지금껏 내 생각이 담긴 글이 아닌 남의 말이 될 글을 써왔다.      


대본을 쓰는 동안은 잠시, 출연자가 되어 그 사람이 했을 법한 생각과 말투로 글을 썼다. 내 생각과 말투를 지우는 게 일상이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대본이 될 글을 쓰며 살았지만, 그 안에 나는 없었다. 점점 내가 닳아 없어지는 게 느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울컥 차올랐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내 생각을 글로 옮겨 적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니 늘 질문을 하던 내가 언젠가부터 질문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      


시간을 거슬러 처음 책을 만들기 위한 시작할 무렵의 일이다. 출판사와의 첫 미팅 때 담당 에디터는 일개 출간 작가 지망생이었던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어떤 책을 만들고 싶으세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어요?     


난 별 고민하지 않고 답했다.      


팔리는 책이요.

투자한 출판사도, 구매한 독자도

지갑을 여는 수고가 아깝지 않을 책을 쓰는 작가요.      


그 질문을 시작으로 평생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물음들이 내게 쏟아졌다. 책은 어떤 내용인가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왜 책을 쓰게 됐나요? 필명은 어떤 의미인가요? 책은 잘 팔리나요? 등등 별별 질문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졌다. 기분이 이상했다. 별 시답지 않은 내 질문을 받고 눈동자를 하늘 위로 올리며 골똘히 생각하던 수많은 사람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지금껏 내가 던진 질문을 받았던 사람들이 느꼈을 기분을 꽤 오래 생각했다.      


인생의 막연한 꿈 정도로 생각했던 ‘책을 내는 일’이 현실이 되면서 남들이 하는 질문보다 더 많은 숫자의 질문을 내게 던졌다. 그 질문과 내가 찾은 답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어 지난 8월 21일 세상에 나왔다. 첫 책 <포스트잇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는 이미 내 손을 떠난 지 한참이고, 독자들이 열심히 물고 뜯고 맛보는 중이다.   


많은 출간 작가님들이 그런 것처럼, 나 역시 아침에 눈을 뜨면 각 온라인 서점의 판매 동향(?) 점검한다. 같은 출발선에 섰던 무명의 신인 작가들의 경쟁작(?)에 비해 나쁘지 않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출판사 내부 기준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기준에서는 이 정도면 충분히 ‘예상 밖의 선전’이다) 분명 깻잎 한 장 정도의 높이라도 꾸준히 오르긴 오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잘 팔리는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팔리는 책‘을 쓰고 싶다는 내 목표는 이미 초과 달성이다. 이름만으로 압도적인 예약 판매를 기록하는 유명 작가가 아닌데도 찾아봐 주고 구매하고 리뷰까지 올려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난 수십 년씩 두꺼운 책과 싸워가며 학문을 연구한 전문 학자가 아니다. 더구나 문학 전공자도 아니다. 그러니 대단한 의미나 성과를 품은 책을 쓸 수 없다. 그저 ‘마음에 촘촘한 체’를 가지고 있어서, 남들은 쉽게 흘려보내는 것들을 체 위에 올려놓고 뱅뱅 곱씹으며 느낀 예민한 감정들을 책에 담았을 뿐이다. 묵직한 사명감도, 출판계에 한 획을 그을 대단한 명성도 없는 일개 무명작가의 책이다. 누군가는 이 책이 분위기는 가볍지만 메시지가 묵직해서 좋다고 했다. 또 누군가는 이 책이 가벼워서 남는 게 없다고 했다. 같은 책이라도 읽는 사람의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쭐하지도, 미안하지도, 서운하지도 않다.       


저자 입장에서 <포스트잇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를 읽는 독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책을 읽는 시간 동안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길...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자신의 인생 재질이 포스트잇 스타일인지? 아니면 강력 접착제 스타일인지? 또 나만의 행복 루틴은 무엇인지? 자신이 만개할 때는 언제라고 생각하는지? 노년의 장래 희망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자신만의 답을 찾길 바란다. 이렇게 나에게 ’ 질문’을 던지는 시간은 미로를 헤매듯 모호한 시간이 아니다. 지금껏 외면해 왔던 ‘진짜 나 자신’에게 돋보기를 들이대는 선명한 시간이다. 그 질문의 끝에는 분명 세상 그 누구도 대신 알려 줄 수 없는 ‘내 인생의 답‘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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