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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Oct 12. 2021

엣헴! 책 홍보하려면 SNS도 좀 하고 그래야지

야망은 없고 그저 책임감이 조금 있을 뿐



하루에도 수백 권의 신간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출판 시장. 이곳에서 떠밀려 가지 않고 까다로운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방법은 뭘까? 애초에 유명하고, 천상계의 글빨을 가진 작가였다면 고민도 안 할 일이다. 0.01%의 톱클래스 작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작가가 그런 것처럼 나 역시 머리 아파 낳은 두 번째 새끼, <쓸데없어 보여도 꽤 쓸모 있어요>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이리저리 고군분투 중이다. 한낱 글일 때는 소유권이 작가만의 것이지만 책이 되는 순간 출판사 안팎 사람들과의 공동 작업물이 된다. 책이라는 한 배를 탔으니 작가랍시고 팔짱 끼고 물러서 있을 게 아니라 나도 내 몫을 해야 한다.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지는 않고, 무거운 책임감이 짓누를 뿐이다. 홍. 보. 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부터 내 목을 조르는 큰 숙제다. ‘홍보’라는 거대한 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무명작가의 숙명을 토로할 때마다 지인들은 틀에서 찍어낸 붕어빵처럼 따끈하고도 같은 모양의 조언을 던졌다.     


"야! 홍보하려면 너도 다른 작가들처럼 SNS 좀 해.  

요즘 작가들은 다 해. 너만 안 해. 너만."      


아... SNS... 나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다. 섭외나 자료를 찾기 위해 계정은 만들어 놨지만 SNS에 포스팅한 적이 없다. '라떼 시절'에 싸이월드에 갬성글부터 시작해 트위터, 페북까지는 살짝 새끼발가락은 담갔었지만 열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남들 베스트 컷과 나의 NG 컷을 비교하는 일이 부질없다는 걸 깨달은 후에 SNS는 그저 업무용이나 가끔 지인들의 생존 확인용으로만 사용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 되는 SNS가 내게는 ‘–’가 더 컸다. SNS를 하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과연 나의 일상이 누군가와 공유할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인지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SNS를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의 온라인 일기장으로 쓴다고 했다. 그들의 취향은 존중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난 굳이 뭔가를 오래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내겐 그저 지금이 중요하다. ‘그때가 좋았지’라는 말만 반복하며 미화된 과거의 단물만 빠는 내 모습이 한심해 보였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주량이 다르듯, 내가 가진 에너지의 총량에서 SNS는 브런치로 충분하다. 브런치에 일주일에 두 번 꼬박꼬박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내가 가진 에너지를 대부분 쏟아붓고 있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 책 홍보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할 수만 있다면 일면식 없는 지나가는 길고양이 발이라도 빌려야 하는 비상 상황. 얼추 책 작업이 마무리됐을 때 SNS 세상에 들어가 봤다. 첫 책을 세상에 내놨을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던 ‘너도 SNS로 홍보 좀 해’라는 주변의 조언들이 찍지 않은 마침표처럼 마음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작가님들은 어떻게 SNS를 활용하는지, 그에 따른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꼼꼼히 살폈다. 이름만 들어도 신뢰감 팍팍, 판매지수 쑥쑥 오르는 스타 작가님들도 열심히 SNS를 하고 있었다. 애초에 SNS가 좋아서 하는 분들도 계실 거고, 의무감에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어쨌든 다들 SNS 세상에서 부지런히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불 따귀를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독립운동하는 것도 아니면서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절개와 지조를 지켜가며 SNS를 향해 철벽을 치고 있었을까? 이름난 작가님들도 이렇게 열심히 자신의 책을 홍보하고 있는데 내가 뭐라고. 현실을 자각하고 잠자고 있던 계정을 깨웠다. 홍보라는 얕은 계산을 욱여넣은 포스팅을 해... 보려다 결국 다시 창을 닫아 버렸다. 앞에 이렇게 썰을 풀어 놨다면 SNS를 향한 거부감을 극복하고, 열심히 포스팅을 한다며 폭발적인 인기의 SNS 주소를 공유해야 해피엔딩일테지. 하지만 내게 그런 기적같은 엔딩이 올리가 없다. SNS에서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도무지 답이 안 나왔다. 난 SNS의 화법을 모른다. 남들의 포스팅은 그렇구나 하며 편하게 보지만 정작 나는 그걸 만드는 게 어려웠다. 브런치로 길든 긴 호흡은 감각적인 사진과 갬성이 줄줄 흘러넘치는 문장으로 축약된 일반적인 SNS에 적합하지 않다. SNS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알려면 적어도 몇 개월은 투자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난 그럴 만큼의 에너지가 없는 사람이다.  


안 하던 거 갑자기 하면 탈 난다

    

어른들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냥 하던 거나 잘하자. (이 부분에서 출판 관계자님들의 깊은 탄식이 환청처럼 들리는 듯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란 인간은 속성으로 욱여넣으면 금세 와르르 무너져 바닥을 보여주고 마는 사람이다. 그러니 며칠 바짝 흉내 낸 걸로 바닥을 보여주느니 내 속도와 내 호흡으로 차근차근 가던 길을 가는 방법을 택했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내 인생 속 결실의 대부분이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걸 난 잘 알고 있다. 책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양보다 질. 속도보다는 방향. 시간은 좀 걸릴지 몰라도, 목표점이 틀리지 않는다면 어쨌든 결과를 얻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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