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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Jul 13. 2017

나쁜 탄수화물과 이별하는 법

지금, 당신이 먹는 음식이 바로 당신이다.



다이어트의 원리는 참으로 단순하다. 평소보다 덜 먹고 더 많이 움직이는 것. 어찌 보면 한없이 간단한 이 원리를 머리로는 이해는 하지만 몸으로 실천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다이어트가 우리 모두의 영원한 숙제인 것이다.


다이어트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다이어트 똥멍충이 시절에는 “운동”에만 올인했다. 그런데 트레이너의 그 한 마디에 나의 다이어트 노선이 확 바뀌었다. “회원님, 다이어트는 운동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식이가 중요해요. 운동이 20%라면 식이가 80%. 백날 운동해봤자 먹는 거에서 무너지면 답이 없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운동한다는 핑계로 그 이상을 먹고 있었다. 칼로리도, 영양 성분도 따지지 않고 평소보다 더 먹고 있었던 거다. 다이어트똥멍충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앞에서 썼던 다이어트 관련 글에서 지겹도록 외쳤던 “30대인 난 걸그룹에 들어갈 것도 아니니 목표한 시간 안에 몇 kg을 빼는 극단적인 체중감량이 중요한 게 아니다”와 같은 맥락이다. 20대 시절에 비해 기초 대사량이 현격히 떨어지는데 식사량을 줄이기는커녕 더 먹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나잇살, 군살이란 게 붙는 거다. 이 인생에 하등 쓸모없는 지방덩어리를 빼는 건강한 식습관, 생활 습관을 몸에 스며들게 하는 다이어트가 필요한 것이었다.


내 다이어트는 식이와 관련된 단 한 가지의 규칙을 세웠다. 그것은 바로 식단에서 나쁜 탄수화물을 빼는 일이었다. 빵, 면, 과자, 케이크 등 밀가루로 된 모든 음식을 제외했다. 뿐만 아니라 어묵, 소시지, 튀김, 전 등 제조나 조리 과정에 밀가루가 들어가는 음식들을 피했다. 밀가루 보다야 낫겠지만 백미가 압축되어 있는 떡도 과감히 뺐다. 내 사랑 떡볶이야 당분간 안녕~

     

탄수화물은 하루에 아침, 점심의 잡곡밥 반공기씩으로 제한했다. 처음 일주일이 고비였다. 미친듯한 공복감에 손이 벌벌 떨렸다. 하루 종일 먹고 싶은 음식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때마다 물을 마셨다. 3일째에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려고 이렇게 사나 싶은 자기 합리화와 마주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더 열심히 물을 마셨다. 겨우 살에, 그리고 식탐에 굴복한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 요동치던 식탐과 공복감이 거짓말처럼 잔잔해졌다. 그렇게 나쁜 탄수화물 없는 일상에 익숙해져 갔다.

(+ 다이어트 시작 3개월 후에 운동 처방을 받으면서 탄수화물을 너무 안 먹어도 다이어트에 좋지 않다는 운동 처방사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을 다시 식단에 넣었다)


탄수화물을 줄인 후 제일 먼저 생긴 변화는 포만감이 쉽게 생기지도,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밥, 빵, 면 등은 쉽게 포만감이 생기지만 또 쉽게 사라졌다. 라면은 찬밥을 부르고, 즉석 떡볶이는 볶음밥을 부른다. 탄수화물 파티를 일절 제한하니 먹어도 쉽게 배는 차지 않았다. 그 부족한 부분을 물로 채우고 비워내기를 반복했다. 쉽게 차오르지 않으니 또 쉽게 꺼지지 않았다. 탄수화물이 탄수화물을 부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탄수화물을 줄인 후 두 번째로 느낀 변화는 더부룩함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미친 소화력으로 30대가 되기 전까지 “체하는 느낌”이 뭔지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확실히 30대가 되고 나니 쉽게 속이 거북하고, 일 년에 한두 번쯤은 체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아 그래. 소화기관도 서서히 노화가 시작되는구나.” 생각했는데 그건 다 많이 먹어서 생기는 문제였다. 먹는 양 자체가 줄면서 포만감이 아닌 더부룩함 자체를 느낄 새가 없어진 거다.  


탄수화물을 줄인 후 세 번째로 느낀 변화는 나쁜 탄수화물 말고도 먹을게 많다는 것이다. 탄수화물이 빠지고 생긴 공백은 주로 단백질로 채우려고 노력했다. 외식을 해야 할 때면, 약속 장소에 도착하기 전 편의점에서 구운 계란 3개를 사서 먹는다. 그러면 음식 앞에 들짐승처럼 달려들던 욕구가 사라진다. 이미 어느 정도 배가 차 있기 때문에 폭식을 할 일이 없다. 저녁은 닭, 오리, 돼지고기, 소고기, 오징어 등을 돌려 가면서 먹었다. 질리지 않는 게 제일 중요했다. 고기류와 함께 버섯을 볶아 포만감을 늘렸다. 고기들이 질리면 밥 없이 참치를 상추에 싸서 먹었다. 개인적으로 생선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라 그나마 생선류를 섭취하기 위한 차선책이다. 또 식사 때는 주먹만 한 토마토 두 개를 잘라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를 뿌려 반찬처럼 먹었다. 포만감도 생기고 비타민도 챙길 수 있는 방법이다.


한국인의 65%가 탄수화물 중독이라는 조사가 나왔는데, 단언컨대 나는 나머지 35%에 들어갈 인간이 아니다. 지난 30 하고도 몇 년 더를 탄수화물에 젖은 생활을 해 왔기 때문에 쉽게 고쳐지진 않는다. 아련하게 탄수화물이 주는 그 포만감이 당길 때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썼다.


* 면이 먹고 싶을 때
-> 곤약면, 팽이버섯으로 대체
->  파스타, 잔치국수, 비빔국수, 콩국수,
       라볶이, 팟타이, 쌀국수 등 다용도로 활용

* 바삭한 과자가 먹고 싶을 때
-> 슬라이스 치즈를 전자레인지에 돌린
     치즈칩,
     황태포를 전자레인지에 돌린
     바삭 황태포

* 빵이 먹고 싶을 때
-> 으깬 고구마와 계란을 섞어
     전자레인지에 돌린 고구마 빵


다이어트를 하고 난 후 생긴 무엇보다 큰 변화는 가공 식품을 덜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공식품을 먹더라도 꼭 포장지를 확인한다. 어떤 재료가 들어갔고, 또 어떤 영양 성분을 가지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꼼꼼히 살펴보다 보면 우리가 무심코 먹는 것들 중 “소맥분”이 들어간 제품이 넘쳐난다. 그렇다고 비싼 유기농, 글루텐 프리 제품을 먹으라는 게 아니다. '알고 나면 보이고, 그때 보이는 것은 다를지니'라는 말처럼, 내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들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것들의 진면목(?)을 알고 나면, 예전처럼 쉽게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무심코 먹었던 음식들의 뒤태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지금, 당신이 먹는 음식이 바로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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