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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Dec 26. 2022

2022년을 관통하는 당신의 주제곡은?

내가 택한 올해의 노래 : 원필(DAY6)의 <행운을 빌어 줘>


올해도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 지난 2022년의 날들을 하나하나 곱씹어 본다. 울고 싶었던 일, 웃음이 터지는 일, 서서히 끈이 끊겨간 인연, 새롭게 닿은 인연, 다시는 재생하고 싶지 않은 순간, 미리 받은 인생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설레고 기뻤던 순간 등등이 사진첩 속 사진들처럼 남겨졌다. 그러다 덜컥 음악에 닿았다. 올해 제일 많이 들었던 음악은 뭐지? 올해를 관통하는 하나의 음악을 택한다면 어떤 곡일까? 고민할 필요가 없는 단 하나의 노래가 선명히 떠올랐다. 걱정이 차오를 때, 주문처럼 아니 긴급 비상약처럼 플레이했던 노래. 그 곡은 바로 DAY6 원필의 솔로 앨범 수록곡 <행운을 빌어 줘>였다.          


자 이제는 기나긴 모험을 시작할 시간
준비했던 짐을 메고 현관문을 열 시간

정이 들었던 집을 등지고서
익숙한 이 동네를 벗어나서
내 발 앞에 그려진 출발선
이젠 딛고 나아갈 그때가 된 거야     

앞으로 총 몇 번의 몇 번의 희망과
그리고 또 몇 번의 몇 번의 절망과
차가운 웃음 혹은 기쁨의 눈물을
맛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행운을 빌어 줘
내 앞길에 행복을 빌어 줘
계절이 흘러 되돌아오면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테니
기대해 줘     

나갈까 말까 수도 없이 망설였지만
1도 도움 안 되는 고민 따윈 이젠 그만     

사랑하는 내 모든 사람들의
기대와 응원을 등에 업고서
내 발 앞에 그려진 출발선
이젠 딛고 나아갈 그때가 온 거야     

앞으로 총 몇 번의 몇 번의 희망과
그리고 또 몇 번의 몇 번의 절망과
차가운 웃음 혹은 기쁨의 눈물을
맛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행운을 빌어 줘
내 앞길에 행복을 빌어 줘
계절이 흘러 되돌아오면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테니
기대해     

회색 겨울 분홍빛 봄
파란 여름 노란 가을
사계절이 돌고 돌면
웃으며 네 앞에 서 있을게     

앞으로 총 몇 번의 몇 번의 희망과
그리고 또 몇 번의 몇 번의 절망과
차가운 웃음 혹은 기쁨의 눈물을
맛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행운을 빌어 줘
내 앞길에 행복을 빌어 줘
계절이 흘러 되돌아오면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테니
기대해 줘     

다녀오겠습니다

원필(DAY6)의 <행운을 빌어 줘>


한창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취해 있던 2월. SNS를 유랑하다 팬들이 만든 선수들을 위한 응원 영상의 배경 음악으로 처음 알게 됐다. 부딪히고, 넘어지고, 좌절하는 선수들의 하이라이트 편집 영상의 종목은 달라도 끝은 같았다. 다시 포기하지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나 원하는 결과를 얻는 선수들의 환한 미소 가득한 얼굴로 마무리되는 흐름이었다. 첫 솔로 앨범을 낸 후 입대하는 가수의 심경을 담은 자작곡은 벅찬 멜로디와 희망찬 가사가 선수들의 하이라이트 영상과 묘하게 어울렸다. 야밤에 <행운을 빌어 줘>가 깔린 영상을 보다가 주책없이 눈물을 왈칵 쏟았다. 군대건 올림픽이건 쉽지 않은 길을 걷는 어린 친구들의 행보가 대견하고 기특해서. 또 새로운 시작 앞에 분명 두려울 텐데, 조금은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행운을 빌어 줘‘라는 더없이 멋진 인사를 남기는 뒷모습이 애틋해서.      


군대 가는 군인도, 세계적 무대에  국가대표도 아니지만 2022 내내 <행운을 빌어 > 들었다.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을 향한 출발선에 섰을  불안에 떨고 있는 나를 위해 누군가가  해줬으면 하는 , ’행운을 빌게.’ 듣고 싶을 때마다 매번 조를  없으니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대신 노래를 플레이했다. 앞길이 캄캄하고 막막할 , 낯선 환경에  떨어졌을 ,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힐 , 나만 혼자 뒤처져 있나 불안감이 엄습할  어김없이 <행운을 빌어 > 재생했다. 특히  부분은  입으로 가사를 따라 부르며 귀로 먹는 산삼이라도 되는 듯 꼭꼭 곱씹어 먹었다.       


앞으로 총 몇 번의 몇 번의 희망과
그리고 또 몇 번의 몇 번의 절망과
차가운 웃음 혹은 기쁨의 눈물을
맛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행운을 빌어 줘
내 앞길에 행복을 빌어 줘
계절이 흘러 되돌아오면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테니
기대해 줘


걱정을 지우고, 그 자리에 기대와 희망을 채워준 마법 같은 노래였다. 주문을 걸듯, 자기 암시를 하듯 반복해 듣고, 조용히 가사를 읊조렸다. 노래 효과 덕분일까? 계절이 흘러 연말이 됐을 때 나는 이전보다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됐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뚜벅뚜벅 걸어간 덕에 원하고 바랐던 크고 작은 결과를 얻었다. 손을 놓고 싶을 때, 돌아서고 싶을 때 그래도 나아가 보겠다고, 더 나은 내가 되어 보겠다고 멈추지 않고 힘겹게 한 걸음을 뗀 끝에 얻은 열매였다. 매일 하는 것들이 나를 만든다고 했던가? 매일 들었던 노래가, 매일 먹는 음식이, 매일 했던 운동이, 매일 봤던 책이, 매일 했던 다짐이 모여 결국 오늘의 나를 만든다.      


나의 2022년을 한 편의 영화로 상영한다면,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어떤 곡이 좋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행운을 빌어 줘> 밖에 없다. 꼭 이 노래가 주제가처럼 흘러나왔으면 좋겠다. <행운을 빌어 줘>라면 끝이 슬프지도, 시작이 두렵지도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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