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기필코 새로운 걸 해 봐야지
평소였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을 했다. 코가 떨어져 나갈 듯 추운 날이니 헤매기 싫어 최적의 루트를 짜고, 최단 시간에 갈 수 있는 곳을 미리 찾아 두었을 거다. 하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2024년이 시작됐으니까. 든든하게 먹은 점심을 소화시키기 위해 천천히 낯선 길을 걸었다. 난생처음 가는 골목 구석에서 프랑스 파리로 순간 이동한 것 같은 분위기의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카페 문을 열기 전, 지도 앱의 후기도 보지 않았고, 별점도 확인하지 않았다. 홀린 듯 카페로 들어가니 형형색색 디저트 천국이 펼쳐졌다. 메뉴판을 훑다가 ’ 추천‘ 표시가 붙은 딸기 케이크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번화가의 있는 디저트 카페의 절반 값을 주고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와 케이크를 먹었다. 익숙한 동네의 가던 카페에 갔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신선한 기쁨이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이 1개 쌓였다. 시작 앞에서 한없이 무거워지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태생적으로 불안이 많은 성향이기에 내 의지로 새로운 걸 택하는 일은 거의 없다. ‘새로운 것‘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다. 내게 새로운 것은 곧 불편한 것, 피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래서 익숙한 곳에 가고, 편한 사람들을 만나고, 늘 먹던 음식을 먹기를 즐겼다. 익숙한 것들 안에 둘러싸여 있으면 몸과 마음이 편했다. 예측 가능하니 불필요한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 편안함은 곧 몸과 마음을 뒤틀리게 만들었다. 허리가 편한 자세가 척추를 비뚤어지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평소와 달리 새롭게 고쳐 앉아야 하는 바른 자세는 불편하지만 몸을 병들지 않게 한다. 앞으로 몸도 마음도 딱딱해질 날밖에 없으니 하루라도 더 말랑할 때 뭐든 시작해 보기로 했다.
2024년에는 한 달에 한 가지씩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1월의 도전 목표는 인스타그램과 친해지기다. 책 마케팅의 대세는 인스타라며 신간이 나왔을 때 홍보용 계정이라도 파라는 주변의 조언에도 영혼 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 실행하기 두려웠다. 보여주기 중심인 인스타에 적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명품도, 값비싼 차도, 찍으면 화보가 되는 외모도 없으니 인스타와는 평생 친해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인테리어 잡지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집도 없고, 뚝딱뚝딱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해내는 솜씨도 없으니 나와는 다른 세계라고 단언했다. 나라는 인간과 가장 먼 거리에 있는 SNS가 인스타라고 믿었다. (브런치 스토리에 먼저 둥지를 틀게 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인스타에는 하루에 한 개씩 브런치와는 다른 짧은 글을 주로 쓴다. 영감이 된 키워드로 출발해 3~4줄의 짧은 에세이를 쓴다. 그저 텍스트 중심 콘텐츠를 만든다.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인스타 초보는 혼란스럽다. 총 ’ 좋아요 ‘ 수보다 내가 올린 피드가 더 많다. 화법은 모르겠고, 뭐가 먹히는지 알 수 없다. 어떻게 해야 알고리즘 신의 가호를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도 한다. 1일 1 피드 올리기. 2월에는 동영상 편집에 도전해 볼 거다. 나를 드러내는 일이 여전히 어색하지만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해 볼 예정이다. 아직 어디 내놓기 설익은 콘텐츠들이지만 어설픈 하루하루가 쌓여 언젠가 능숙해질 테고,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다. 브런치 스토리에서 그랬던 것처럼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언젠가 결승점에 닿을 게 분명하다. 모든 결과의 시작에는 뚝딱거리는 처음이 있으니까.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리고 경험한 만큼 시야가 넓어진다. 그래서 새해에는 낯선 곳에 가고,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안 하던 짓 하면 잠시 탈은 나겠지만 그 또한 익숙해지면 내 무기가 될 것이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걸어 두었던 빗장을 열고 뚜벅뚜벅 걸어 나갈 거다. 그렇게 도착한 세상에는 뭐가 날 기다리고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포기하지 않는 한 내년 이맘때쯤에는 12가지 새로운 경험으로 레벨 업 한 내가 있을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