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도 몰라주는 엄마
자기가 그림 그리는 동안 자기만 보고 있으란다.
그림 그리는 조용한 시간은 자주 오지 않는 아주 소중한 시간인데?
그런 시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지.
엄마는 옆에 딱 붙어서 책 읽으면 안 되냐고 해도 막무가내다.
학교에 있는 동안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으니 자기 눈을 바라보란다.
극 F인 우리 딸..
사랑한다는 엄마의 쪽지를 보고 너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날 뻔했단다.
그렇게 보고 싶었으면 자기가 날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가정의 평화를 위해 생각만 하고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아니 못했다.
5분 정도 조용히 바라보다가 슬쩍 내 책을 펼쳤다. 곧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
"엄마! 내 마음도 몰라주고! 엄만 나에 대한 시험을 쳐야 해! 절대 100점 못 맞을 거야."
볼멘소리로 귀여운 투정을 부린다.
표현이 귀여워 피식 웃음이 난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다시 아이의 모습에 내 시선을 맞춘다.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는데 아이의 말이 귀에 맴돈다.
"나에 대한 시험을 쳐야 해!"
아이에 대한 시험이라....
그런 시험을 친다면 과연 난 몇 점을 받게 될까?
아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
친한 친구
좋아하는 과목
좋아하는 식당
좋아하는 날씨
싫어하는 친구 유형
속상해서 눈물이 찔끔 난 순간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는 충격을 받았다.
아이를 가장 사랑하지만 아이를 위해 나의 삶을 희생한다 이야기하지만 정작 아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아이의 투정처럼 아이의 눈을 보고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몇 문제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반대로 우리 딸은 나에 대한 시험을 잘 칠 것인가?라고 생각해 봤는데 나보다는 높은 점수를 받을 것 같다.
엄마의 목소리 톤, 눈빛을 정확하게 읽어낸다.
화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늘 아이는 내게 묻는다.
"엄마 화났어?"
말로는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나의 작은 변화를 늘 정확하게 잡아내는 것 같다.
물론! 화가 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이번 시험에는 자신이 없네. 미안하다.
다음 시험에는 1등급 더 올려볼게.
더 너를 바라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