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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삐삐 May 08. 2021

공립학교 교사가 사립을 탐하는 이유

인성에 신경 좀 쓰자

나는 신규도, 고경력도 아닌 그 사이 중간경력의  교사이고 공립학교에 근무. 이제껏 나는 한 학년 6반 이상, 총 36학급 이상되는 곳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한 반에 평균 학생 수가 25명이라고 할 때 담임을 했던 것만 만10년이니 생활기록부에 내 이름이 적힌 학생들이 250명 정도 된다. 년은 1학년에서 6학년까지 한 번씩 다 해본 다음 1, 4, 5, 6학년은 한 번씩 더 했다. 다양한 경험을 해봤다는 것에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교사들은 한 학교에서 5년을 근무한다. 경우에 따라 초빙이나 유임 등으로 더 오래 근무할 수도 있고 휴직 후 본교에 공석이 없어 다른 학교로 발령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좋든 싫든 무조건 그 기간을 채워야한다. 그렇다보니 저학년 때 가르친 아이들에 대해서는 커가는 모습을 길게는 5년까지 볼 수 있다. 1학년 때 맡았던 아이들은 5학년이 될 때까지, 2학년 때 맡았던 아이들은 6학년 때까지 (전학을 가지 않는다면) 성장과정을 옆에서 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시선을 필연적으로 갖게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직업적 양심일수도 있고 아이를 향한 인지상정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내가 부모가 되어본 적은 없지만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며 이후 나의 미래를 그려보게 되기도 하고 그들의 부모의 교육방식이 궁금해지는 경우들도 많다.


한 해 학급운영을 하다보면 사회의 모든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교사들이 세상물정에 어둡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사실 세상의 면면을 교실에서 체험하며 살아가고 있긴 하다. 전과목을 다루는 곳이니 인간의 지적인 요소가 다 드러나고, 집단생활이다보니 이 안에도 정치가 있다. 뉴스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일어나듯 학교에서도 마찬가지고, 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내 책임하에 있는  인간관계 문제리가 지끈거린다.


학생들은 다들 열심히 공부한다. 물론 학교에서는 그렇게 정성껏 안하지만 모두들 학원을 여러 개 다니며 스트레스 받는 걸 보니 하긴 하는 것 같다. 월요일에 "주말 잘 보냈어요?"라고 아침인사를 건네면 1학년 아이도 "빨리 금요일이 오면 좋겠어요"라고 하는데, 직장인이나 8살짜리나 마음이 이렇게 똑같은 걸 보면 '피곤사회'가 맞다. 그래서 공부에 대해선 더 잔소리할 게 없다. 오히려 너무 안쓰럽다.


그런데 인성에 대해선 갈수록 물음표가 진해진다. 학부모들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인성교육' 얘기를 빠뜨리지 않지만, 실제 그런 일이 발생하면 다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한편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실태조사가 법적으로 매년 이루어지고 있고, 매년 교내에서 학교폭력위원회가 몇 차례씩 소집되며, 등교부터 하교까지 눈에 불을 켜고 내 반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어도 그들 사이에 트러블이 생긴다. 그리고 이런 상황 앞에서 어떤 학부모들은 '애들이 싸우면서 크는거지'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누군가는 지나치게 신중히 접근하는데, 피해자와 가해자측의 태도에 따라 일은 산불같이 번질 수도 있고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친구의 친구는 서울의 큰 사립초등학교에 근무하는데 본인은 공립을 못가겠다고 했단다. 공립을 오기 위해서는 임용고시를 통과해야하지만 그걸 떠나서, 공립에서 들려오는 생활지도의 어려움 때문이었다. 사립은 높은 학비만큼 학부모들의 기대도 높고, 그래서 지나치게 눈에 띄는 학생들의 경우 주변에서 먼저 문제 제기를 하기 때문에 분위기 정리가 쉽게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사립은 사립 나름의 업무강도가 지만, 사실 직장생활 난이도라는 게 물리적인 것보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것이므로 나도 그의 말이 이해가 됐다. 물론 모든 것은 상황에 따라 다르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다만 나는 경제적으로 여건이 되는 사람들이 사립을 선호하는 이유가 자녀의 인맥형성이나 학교 프로그램의 우수성 외에도, 자녀를 둘러싸고 있는 구성원들의 생활태도가 전반적으로 다듬어져있기 때문이라는 새로이 인지하게 되었다. 사립에 대한 환상은 없지만, 공교육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진 이 회에 적용할만한 해법을 하나라도 찾을 수 있다면 그쪽도 기웃거려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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