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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삐삐 Jun 12. 2021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이거 진심이야

틱 장애아의 딜레마를 보고

내가 수업하는 반에는 틱장애가 매우 심한 학생이 있다. 소리는 크게 내지 않지만 경기를 하듯 몸을 떨기 때문에 너무나 안쓰럽다.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약을 계속 먹다가 부작용 때문에 지금은 복용을 중단한 상태라며 수업 때 눈에 띄더라도 양해를 해달라고 하셨다. 그런데 사실 초반에는 내가 아이 상태를 인식조차 못했다. 그리 심하지 않아서였던 것 같은데, 그반에 성격 장애아가 있어 수업 때마다 그 애와 씨름하느라 다른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안보였기 때문이다. 5월이 지나면서는 소리도 더 들리고 동작도 커졌다. 그래도 반 아이들이 착한 게, 틱 증상이 5분의 텀도 허락지 않고 계속 나오는데도 아무도 이를 불만이나 놀림거리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교사가 부탁하지 않아도 옆에 앉은 친구는 스스로 그 학생에게 다시 한번 천천히 설명을 해주더라. 이런 걸 보면, 정말 선생 할 맛 난다. 내 부모님이 '형제간 우애가 큰 효도'라 하셨던 게 이런 느낌일 것 같다. 나와 아이들은 '비즈니스'로 만난 사이지만, 이들은 1년 동안 내 새끼들이라 자기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게 최고의 선물이더라. 학급 분위기는 담임교사의 역량에 의해 크게 좌우되나, 이런 인성적인 부분은 가정교육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다.


틱 장애학생은 발작 증세를 감당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래도 활동에서 제외시킬 수는 없으므로 수업 중 틈나는 대로 자리로 찾아가 설명을 해준다. 어질러진 책상을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교과서 어디를 펴고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여기에 무슨 글자를 써야 하는지 얘기해주는데 어느 날은 그냥 울컥했다. 아이가 내 말대로 '착하게' '순순히' 따라 하는데 중에도 틱 증상에 시달리는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차라리 누구처럼 선생님한테 대들고 수업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면 이렇게까지 감정이 움직이진 않았을 것이다.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 나는 40분 수업만 하고 나가는 사람이고 개인정보이기도 해서 따로 얘기한 건 없지만, 모쪼록 하루빨리 호전되길 진심으로 빈다.


학교에서 아픈 아이를 보면 정말 마음이 안 좋다. 우리 반이든 남의반이든 마찬가지다. 이 부모는 얼마나 괴로울까. 그래도 부모가 자녀의 상황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한다는 것에서 우리는 달라질 미래를 본다. 한편 '어려서 그렇다, 이 정도는 괜찮다'라고 지켜만 보는, 받아들이기 두려워 계속 방치하고 있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이 또한 이해가 되나 치료의 관점에서 볼 때 옳은 방법이라 할 순 없다. 참고로 교사들은 정말 극도로 심각한 경우, 예를 들어 주변 아이들이 불편을 호소할 만큼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아니고서야 웬만하면 부모에게 학생의 상황을 알리지도 않는다. '내 자식을 왜 그렇게 보냐'는 민원에 시달리는 걸 너무나 많이 학습해왔기 때문이다.


사회가 다양해졌다. 학교에서 보이는 학생들의 증상도 다양해졌는데, 지금까지의 경험상 ADHD와 틱이 가장 많았다. 이것은 약을 먹으면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데, 어느 날 아이의 행동이 과해져서 물어보면 부작용 때문에 약을 끊었단다. 수년간 불면증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본적이 없다는 선배에게 수면제 처방을 권했더니, 부작용 때문에 고생하다 결국 불면증을 택했다고 했다. 어느 편을 택하는 게 옳은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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