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언니는 사십 대 중반이 되었다.
내가 인생에서 '나이'란 걸 인지한 게 청소년 때인데
언닌 그때 이미 이십 대 어른이었다.
내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언니와 나의 나이 앞자리가 같아졌고,
비록 뒷자리 숫자의 차는 작지 않았지만
어쨌든 우린 같은 세대였다.
내가 삼십 대가 되니 언니는 4를 향해 달려갔고
째깍째깍 시간의 흐름으로
나는 언니의 예전 그 나이가 되었다.
언니는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싹싹해 어디서나 환영을 받고
자신의 박봉도 절대 허투루 쓰지 않았다.
제 옷은 안 사도 가족들 선물은 잊지 않고,
제 피부관리는 안 해도 시골 어른들의 영양제는 잊지 않으며,
꿀 같은 휴가 때도 생판 남을 위해 봉사를 했다.
남은 챙겨도 제 잇속은 그만큼 못 챙기는, 어쩌면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런데
언니는 미혼이다.
사람들은 그녀가 좋은 사람임을 알고 있지만
그녀의 출생연도가 현재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녀의 인격보다 숫자에 집중했다.
누군가는
조롱했다.
시집 못 가서 어떡하냐.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그녀는 달관하듯 웃어넘겼지만
마음의 표정은 달랐을 거야 아마.
숫자 놀음이 다인 줄 아는 분들께 여쭈고 싶다.
당신들은 그녀보다 더 뜨거운 삶을 살아왔는지,
그녀 자신보다 그녀 인생에 대해 더 고민해본 적이 있는지.
자신의 진가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라.
우리는 그래야만 한다.
언니도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