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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삐삐 Aug 24. 2021

너의 미혼이 유죄?

사촌언니는 사십 대 중반이 되었다.


내가 인생에서 '나이'란 걸 인지한 게 청소년 때인데

언닌 그때 이미 이십 대 어른이었다.


내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언니와 나의 나이 앞자리가 같아졌고,

비록 뒷자리 숫자의 차는 작지 않았지만

어쨌든 우린 같은 세대였다.


내가 삼십 대가 되 언니는 4를 향해 달려갔고

째깍째깍 시간의 흐름으로

나는 언니의 예전 그 나이가 되었다.


언니는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싹싹해 어디서나 환영을 받고

자신의 박봉도 절대 허투루 쓰지 않았다.


제 옷은 안 사도 가족선물은 잊지 않고,

피부관리는 안 해도 시골 어들의 영양제는 잊지 않으며,

꿀 같은 휴가 때도 생판 남을 위해 봉사를 했다.

남은 챙겨도 제 잇속은 그만큼 못 챙기는, 어쩌면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런데

언니는 미혼이다.


사람들은 그녀가 좋은 사람임을 알고 있

그녀의 출생연도가 현재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녀의 인격보다 숫자에 집중했다.


누군가는 

조롱했다.


시집 못 가서 어떡하냐.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그녀는 달관하듯 웃어넘겼지만

마음의 표정은 달랐을 거야 아마.


숫자 놀음이 다인 줄 아는 분들께 여쭈고 싶다.   

당신들은 그녀보다 더 뜨거운 삶을 살아왔는지,

그녀 자신보다 그녀 인생에 대해 더 고민해본 적이 있는지.


자신의 진가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라.

우리는 그래야만 한다.

언니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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