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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삐삐 Aug 27. 2021

아버지

아버지는 가난한 아이였고

나는 부유한 아이였다


아버지에게는 부모형제를 보필할 의무가 짐 지어졌고

나에게는 가족을 위한 희생이 요구되지 않았다


아버지를 버티게 한 건 먹고살기 위한 처절함이었고

나를 무너지지 않게 한 건 내 부모의 성실함이었다


아버지의 가방끈이 끊긴 건 돈이 없어서였고

나의 가방끈이 멈춘 건 내 능력이 거기까지여서였다   

  

아버지가 피땀 흘려 일구어낸 건 우리 분수만큼의 안락함이었고

내가 식은땀 흘리며 내내 바랐던 건 내 분수 이상의 풍요였다


아버지로 살아오느라 그의 청춘은 허공에 흩뿌려져야 했고

 살아야 한다며 나는 여전히 청춘을 부르짖고 있


아버지에게 자리한 관절 통증은 지독한 훈장과 같고

나에게 무는 성장통 원히 지속될 숙제 같


아버지니까 해야 할 것들이 많았고

나니까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많았다


아버지로부터 얻은 바지런함과 책임감을 실천하며 살겠다

나로부터 새로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염두에 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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