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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삐삐 Sep 14. 2021

고개 들고 앞으로 전진

포르투갈 - 리스본(Lisbon)

 

대항해시대(The age of Discovery).


그 포문은 15세기 초, 포르투갈의 엔리케(Henrique) 왕자가 열었습니다.

동방의 오스만 투르크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

아시아로 가는 길이 막히자 향신료를 구하기 위한 새 루트가 필요했고

포르투갈에서 남하하여 아프리카로 가는 항로가 개척되면서

본격적인 막이 오른 거죠.


인간에게 먹는 것은 정말 대단한 동기입니다.

후추 때문에 목숨 걸고 바다로 나아가고,  

그 광대한 길이 뚫렸다는 거 아닙니까.

맛집이라 일컬어지는 곳들에 관심 없는 저인데,

에그타르트(Pastel de Nata) 때문에라도 리스본에 다시 가고 싶다는 거 아닙니까.

하루에 최소 한 번은 하게 되는 ‘오늘 뭐 먹지?’가

결코 하찮은 사유가 아님을

별스럽게 떠올리게 되네요.     


벨렘 지구는 매력적인 곳이에요.

거기 있는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벨렘탑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죠.

저는 발견기념비가 제일 좋았어요.

가슴이 웅장해지거든요.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가 항해를 떠났던 자리에

엔리케 사후 500년을 기념해 세운 것이라고 해요.   


선두에 있는 사람이 테주강(Tajo.R)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고,

사람들이 그의 나아감을 뒤따릅니다.


뭔가 미래지향적이고

뭔가 희망적이고

뭔가 진취적이에요.

오,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군요!     


저 돌에 새겨진 개개인의 동기가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취를 위해 길을 나선 것부터 우리에게 충분히 영감이 됩니다.   

저도 저 일행의 하나이고 싶어요.

항해를 떠나볼까요?

문제가 있긴 해요, 아주 큰.

탐험가 정신이 약간 있긴 한데

안정성도 포기 못해요.

네, 맞아요.

양손에 토끼 한 마리씩을 들고

이쪽저쪽 살피느라

걸음이 느려요.

     

그래도 아예 안 가는 건 아니니까

좌절은 않겠어요.     

관두고 낮잠이나 자라는 사람들도 많긴 한데,

그건 아닌 것 같고요.     

방향키를 이리저리 움직일지언정

노는 계속 저어보려고요.


좌초될지,

보물섬에 닿을지,

흘러가 보기 전엔 알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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