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길고 있다.
어느 여배우의 단발이 너무나 청순하고 예뻐 보여 따라한 것도 있지만
머리카락이 목덜미에 닿으면 어중간한 그 느낌이 싫어
봄에 단발, 여름에 숏컷, 가을에 다시 단발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겨울 문턱에 닿아 어느덧 어깨선까지 닿아있다.
작정을 해 본 것이다.
길어보기로.
마음을 다잡고 있다.
지금 해가 가고 새해가 오고 있으니
그럴 때도 됐다.
머리카락 길이가 아래로 조금 더 조금 더 내려갈수록
머리를 묶을 수 있는 높이는 점점 높아진다.
할 수 있는 스타일링도 많아진다.
포니테일도, 반묶음도, 그냥 펼쳐놓음도.
내 마음이 낮아지고 낮아질수록
내 눈이 높아지고 시야가 넓어지는 법.
사람들의 마음이 보이고
세상은 시시하지 않게 다가온다.
머리카락은 천천히 자라난다.
전보다 숱이 적어져 서글프다.
이러다 언제 다시 싹둑 자를지 몰라.
내 마음이 잠잠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생채기는 전보다 깊게 배어있어 아리다.
이러다 언제 또 조급함이 피어날지 몰라.
머리끝 가지고도 심술을 부리는데 어떡하지?
봐줄까 말까 할까 말까 요동치는 이 마음을 어떡하지?
이 겨울이 지나면 머리를 예쁘게 높이 묶을 것이다.
나는 하루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