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 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랑한삐삐 Nov 27. 2023

머리카락

머리를 길고 있다.

어느 여배우의 단발이 너무나 청순하고 예뻐 보여 따라한 것도 있지만

머리카락이 목덜미에 닿으면 어중간한 그 느낌이 싫어

봄에 단발, 여름에 숏컷, 가을에 다시 단발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겨울 문턱에 닿아 어느덧 어깨선까지 닿아있다.

작정을 해 본 것이다.

길어보기로.


마음을 다잡고 있다.

지금 해가 가고 새해가 오고 있으니

그럴 때도 됐다.


머리카락 길이가 아래로 조금 더 조금 더 내려갈수록

머리를 묶을 수 있는 높이는 점점 높아진다.

할 수 있는 스타일링도 많아진다.

포니테일도, 반묶음도, 그냥 펼쳐놓음도.


내 마음이 낮아지고 낮아질수록

내 눈이 높아지고 시야가 넓어지는 법.

사람들의 마음이 보이고

세상은 시시하지 않게 다가온다.

 

머리카락은 천천히 자라난다.

전보다 숱이 적어져 서글프다.

이러다 언제 다시 싹둑 자를지 몰라.


내 마음이 잠잠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생채기는 전보다 깊게 배어있어 아리다.

이러다 언제 또 조급함이 피어날지 몰라.


머리끝 가지고도 심술을 부리는데 어떡하지?

봐줄까 말까 할까 말까 요동치는 이 마음을 어떡하지?


이 겨울이 지나면 머리를 예쁘게 높이 묶을 것이다.

나는 하루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료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