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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삐삐 Nov 28. 2023

웃는 이유

채식주의는 아니지만

고기에 흥미가 없다

그런데 몇 달에 한 번씩 땡길 때가 있다     


유당불내증은 아니지만

유제품이 반갑지 않다

그런데 매달 당길 때가 돌아온다     


부자 동네가 부럽진 않지만

거기 살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런데 부족한 이 동네도 꽤 마음에 든다     


외모지상주의는 아니지만

못난 건 싫다

그런데 투박한 게 제 멋이기도 하다      


평화주의자는 아니지만

갈등은 싫다

그런데 악당은 뜬금없이 인생에 등장한다     


그게 인생에 들어와야 할 장면이라면     

그래 받아주겠다     

언젠가 뒤돌아보면

구부러지고 뾰족하고 반듯한 순간들이 모여

동그라미를 이루어내겠지


그러니 당장 웃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는 웃기로 작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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