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오랜만에 함께 목욕을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들과 나의 온도차 문제로 함께 목욕을 해도 개운한 맛이 생기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내 기준 물 온도에도 아들이 전혀 힘들어하지 않아 좋았다.
처음은 좁은 욕조에 아들과 마주 보며 앉았다가 이내, 아들을 내 무릎 위에 앉혀 보다 쾌적해질 수 있었다.
처음 내 가슴/배 위에 올라앉았던 아들이 이제는 물이 가득 찬 욕조에서도
내 허벅지 사이에 홀로 앉을 수 있을 만큼 자랐다.
아들의 어깨와 등판을 보니 어느새 이만큼 자랐나 싶다.
앞으론 더 자주 함께 목욕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조금만 더 지나면 나보다 더 넓은 등판과 가슴 그리고 어깨를 가질 너의 모습을 상상하니
한편으론 설레고 또 한편으론 씁쓸해졌다.
함께 목욕을 마치고 나니, 아들이 내 곁을 떠나질 않는다.
아빠가 그새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리고 방으로 가 자는 줄 알았는데 혼자서 무언갈 말하고 있길래
조용히 다가가서 보니, 문에 붙여놓은 한글과 그림을 보면서 혼자 외계어를 하고 있다.
내 어릴 적 모습이 떠올라 잠깐 가슴이 먹먹했다.
아들에게 한 글자씩 손으로 그려가며 가르쳐 주었다.
사랑한다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