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무언의 절규
목소리를 삼킨 아이
파리누쉬 사니이 지음 / 양미래 옮김 / 364쪽 / 15,000원 / 북레시피
내가 아는 친구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그를 만났을 때부터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꼭 해야 할 말이 있으면 단어를 써서 건넸다. 그에게는 당연히 물을 수 없었고, 그의 부모에게도 묻기 곤란했다. 어느 날 그의 부모가 말했다. “어느 날부턴가 갑자기 말을 하지 않더라고. 말을 하지 않으니 말을 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가 없지.”
그의 부모는 내가 아는 한 좋은 부모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와 눈을 맞추고 살지 않았음을 깨닫고 몹시 미안했다. 그는 지금 20대 청년이다. 그가 ‘목소리를 삼킨’ 것은 10대 후반이라고 했다. 파리누쉬 사니이의 『목소리를 삼킨 아이』를 읽으면서 자꾸 그 친구의 얼굴과 몸짓이 겹쳐졌다. 그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금은 말을 할까.
‘목소리를 삼킨 아이’는 말을 못 하는 아이가 아니다. ‘선택적 함구증’을 앓고 있을 뿐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선택적 함구증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선택적 함구증은 ‘특정한 환경에서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져 발생하는 생리적 변화로 인한 질환’이다.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숨이 막히고 가슴이 뛰어 말문이 좁아지는 감각 속에서 실제로 말을 ‘못’ 하는 것이다. 그러니 말하기 싫어서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날 말문을 닫으면 주변 사람들은 답답하고 오해할 수밖에 없다. 병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목소리를 삼킨 아이’ 샤허브는 내가 아는 친구처럼 말을 하다 삼켜버린 것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부모는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가 말을 ‘못’ 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은 장애를 가진 아들을, 동생을, 조카를 모두 부끄러워하면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심지어 무시하고 놀린다. 샤허브를 사랑하는 엄마조차 ‘대체 내가 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왜 그렇지 않을까.
“나는 서서히 거짓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고, 이해하고 나자 입을 완전히 다물게 되었다.” (186쪽)
어쩌다 한 번씩 말을 터뜨렸지만 어느 날 그마저 완전히 입을 다문 샤허브. 그러나 완전한 할머니의 사랑에 어느 순간 서서히 말문이 다시 열린다. 그리고 학교도 다니고, 예술가가 된다.
사랑이란, 자녀 교육이란, 그리고 살아가는 일이란 무엇일까. 주인공의 목소리는 아름다운 문장과 만나 더할 나위 없이 속을 파고든다. 목소리 큰 사람이,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앞장서서 달리는 때, 오래 비가 와서 젖은 땅을 천천히 밟으며 샤허브의 말을 되뇐다.
“나는 여전히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나 자신을 바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 자신에 대해서나 내가 하는 일에 대해 확신을 가져본 적도 없고, 이런 의구심은 내 작품을 통해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349쪽)
목소리를 삼킨 아이, 이 제목은 얼마나 슬프고 아름다운 말인가.
임후남_책방 생각을담는집 대표, 『시골책방입니다』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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