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개, 나의 메리와 메리들

작가가들려주는그림책이야기

by 행복한독서
“메리야!”
하고 부르면 저 멀리서
“핡핡”
“야가 말썽을 피아서 그렇지 똘똘하다.”
장성한 자식들이 떠난 정 많은 할머니 곁에서 꼬리를 흔들흔들 휘저으며 메리는 오늘도 해맑습니다. 할머니 동네 개들은 모두 다 사랑스러운 메리입니다.



메리

안녕달 글·그림 / 52쪽 / 12,000원 / 사계절



메리는 저의 할머니 집 개 이름입니다. 할머니 집에는 여러 메리들이 살았었는데 책 속에 나온 ‘메리’는 제가 유독 애착을 가졌던 할머니 집 개 메리였습니다. 책 속에서처럼 할아버지가 “강생이 한 마리 키아자”라고 하니 아빠가 그날 저녁 옆 동네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얻어왔습니다. 그 강아지는 여느 할머니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들처럼 메리라고 불리며 우리가 제멋대로 만든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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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를 데려온 다음 날 아침, 전 단단히 묶인 강아지를 풀어서 쇠사슬 목줄을 그대로 손에 들고 마치 도시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찰캉찰캉 쇠사슬 소리를 내며 시골길을 산책시켜 주었습니다. 어린 메리는 처음엔 어색해하더니 조금 지나자 여기저기 신나게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사람이 쪼그려 앉아 똥을 누듯이 바닥 쪽으로 엉덩이를 내리고 똥을 누었습니다. 그 표정이 너무 귀여워 어느 다른 할머니 집 메리들보다 그 메리에게 더 애착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할머니 집에 명절 때에만 가는 데도, 다 자란 메리는 언제나 저를 향해 짖지도 않고 꼬리를 흔들며 만져달라고 애교를 부리곤 했습니다. 메리는 크고 힘이 세서 꼬리를 흔들면 탁탁탁 경쾌한 소리가 났고 만져달라고 애교를 부리면 제 옷엔 온통 개 발자국이 찍히고 제 손은 침으로 범벅이 되곤 했습니다. 그런 메리에게 할머니가 제게 먹으라고 준 고기를 상 밑으로 몰래 숨겨서 들고 있다가 주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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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6~7년 전, 여느 때처럼 침대에서 빈둥대다가 메리를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메리가 세 마리의 강아지를 낳고 다 같이 할머니한테 꼬리 흔들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까지가 그때 짰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게으른 저는 역시나 완성하지 않고 노트 속 콘티로 묵히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빠한테서 메리가 정말로 강아지 세 마리를 낳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에 난생처음으로 명절도 아닌데 혼자 할머니 집에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얼마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혼자 남은 할머니는 가끔 쓸쓸한 말을 하셨지만, 메리 집에서 아직 눈도 못 뜬 강아지들을 하나씩 꺼내 보여주면서 “귀엽지?” 하고 자랑하셨습니다. 저 먹으라고 삶은 고기를 제가 자꾸 메리한테 주자 “개한테 그 비싼 고기를 먹이나” 하며 툭툭대면서도, 뭐를 고아서 메리한테 먹이면 그렇게 좋아한다고 흘려 말하곤 했습니다. 그리곤 저에게 잔소리도 좀 하시다가 마을회관에 화투를 치러 가셨습니다. 아빠의 걱정과 달리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잘 살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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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명절에 다시 메리와 조금 더 자란 새끼들을 만났는데, 새끼 중 한 마리가 발랄하면서도 짤뚝짤뚝거리며 다른 새끼들보다 조금 늦게 달려왔습니다. 혼자 멋대로 마음 짠해하고 있었는데 할머니는 그 강아지만 발이 없다고 더 불쌍히 여기는 것 없이 다른 강아지들과 똑같이 대하셨습니다. 몇 년 후 『수박 수영장』이 출간되고 그동안 그려놓은 더미들이 출판사와 계약이 되었습니다. 『메리』도 계약이 돼서 다시 수정을 할 때 지금보다 더 단순했던 이야기에 메리의 새끼들이 다른 집에 가는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제가 그때 메리 새끼에게 멋대로 품은 연민으로 그 새끼의 행복을 부정하고 싶진 않아서 강아지의 짧은 발보다는 발랄한 귀여움이 먼저 눈에 들어오게 그리려고 했습니다.


올 추석, 저는 또 할머니 집으로 갑니다. 이제 할머니 집에 메리는 없고 할머니 혼자 있지만, 할머니 옆집에는 메리를 얻어올 때 메리랑 곰배(짝짓기) 붙이면 안 된다고 했던 메리의 친오빠가 있고, 큰집에 가면 메리의 새끼 두 마리가 꼭 메리처럼 힘차게 탁탁탁 소리를 내며 저에게 달려들어 제 옷에는 발자국을 제 손에는 침을 잔뜩 남길 것입니다.



안녕달 작가는 물 흐르고 경치 좋은 산속 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저 멀리 바닷가 마을학교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습니다.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 『수박 수영장』 『할머니의 여름휴가』 『왜냐면…』 『메리』가 있습니다.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7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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