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한나절

숲에서 마주한 생명의 조화

by 행복한독서

숲에서 한나절

남영화 지음 / 280쪽 / 17,000원 / 남해의봄날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시골살이를 꿈꿨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다니던 시절에도 시골을 꿈꿨다. 언젠가, 하는 그 꿈을 구체화하는 것은 그러나 쉽지 않았다. 살아가는 일이 녹록지 않을 때마다 나는 짐을 꾸려 어디론가 떠났다.


지금은 시골에 산다. 그러니 꿈을 이뤘다! 내가 사는 이곳에는 정말 다양한 식물들이 살고 있다. 이름을 아는 건 몇 안 된다. 이름을 알았다가도 금세 까먹는다. 때로는 알던 이름도 입에서 뱅뱅 돌고 마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도시에 살 때보다 조금은 더 그들의 이름과 모양은 알고 있다. 그 이유는 그것들을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이름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신기하게도 그 대상을 자세히 보게 되고 언젠가 자연스레 이름을 알게 되는 기적이 생긴다.” (6쪽)


숲해설가 남영화가 쓴 『숲에서 한나절』을 읽다 몇 번이나 그렇지, 그렇지 끄덕였다. 일 년 사계절, 집 마당과 숲에서 본 것들이 오롯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첫 페이지 봄의 로제트 식물부터 여름의 산수국, 가을의 산초나무, 겨울의 음나무 등등. 이런 세상에,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좀 많은걸! 그러나 여전히 나는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 이름이나 모양새 몇 개 안다고 아는 것은 아니었다.


“생강나무 잎은 어떤 것은 완벽하게 하트 모양이고, 어떤 건 왕관 모양이다. 그것들은 그들만의 방식을 가지고 서로 모여 있는데, 바로 최대한 서로 햇빛을 잘 받기 위해 겹치지 않는 방식이다.” (109쪽)


나는 그만 멍했다. 생강나무뿐만 아니라 모든 잎이, 나무가 그렇게 자란단다. “서로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 모양을 바꿔 가며 서로의 자리를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단풍 씨앗에 날개가 달린 이유, 도토리나 밤이 동그란 이유, 가시 돋친 음나무가 나이 들면 가시의 흔적조차 사라지고 완전히 다른 나무가 되는 이유 등도 마찬가지였다. 책을 통해 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금 벗어나 살겠다고 시골에 책방을 차리고 살아가는 지금, 어쩌다 보면 여전히 달리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멈추고 밖으로 나가 소나무 숲을 천천히 걷는다. 눈을 들어 먼 산을 바라보고, 하늘을 바라본다. 발아래 질경이와 토끼풀들을 쪼그리고 앉아 유심히 보기도 한다. 시골에 살지 않았다면, 숲 가까이 살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다 바로 숲으로 가려고 짐을 꾸렸을 것 같다. 글은 또 어찌나 단정하고 속 깊은지 읽는 내내 마음이 따끈해졌다. 숲에 사는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이렇게 좋았는데, 도시에 사는 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숲에서 한나절’을 보내기 위해 당장 떠나지 않을까.


마지막 책장을 덮고 결국 나는 숲으로 나갔다. 역시 “숲은 언제나 좋다.” 청미래덩굴의 빨간 열매가 아름다운 가을 숲, 산초나무 잎에서 에사키뿔노린재를 찾아보려 했으나 잎이 너무 작아 벌레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생강나무 잎을 보니 정말 모양이 똑같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모르는 것이 많다. 그러니 자꾸 나무에, 풀에 말을 걸어볼 생각이다. 내 삶도 그렇게 들여다보며 나를 알아질까 생각하며.

ⓒ정하진.jpg ⓒ정하진


임후남_책방 생각을담는집 대표, 『시골책방입니다』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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