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조근 풀들과 나눈 이야기
연남천 풀다발
전소영 글·그림 / 56쪽 / 18,000원 / 달그림
저는 아이들과 원예 수업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식물을 사이에 두고 아이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습니다. 대개 아이들은 자기 화분에 식물을 심고 나면 이제 이 식물이 자기 것이 되었다는 생각에 무척 뿌듯해합니다. 수업이 끝날 즈음 제가 물어보지요.
그러면 아이들은 어쩔 줄을 몰라 합니다. 그때 제가 알려줍니다.
반신반의하던 아이들은 식물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아주 상냥하게 물어봅니다.
곧이어 아이들이 제게 말해줍니다.
『연남천 풀다발』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전소영 작가가 제가 만나는 아이들과 비슷할 거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른들과 수업을 할 때 제가 “식물한테 말을 걸어보세요”라고 하면 어른들은 대개 피식 웃고는 마지못해 말을 건넵니다. 그리고 “식물이 뭐라고 하던가요?” 물으면 ‘이제 그만 합시다’ 하는 표정으로 저를 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작가는 분명 비비추와 수염개밀, 기생여뀌를 비롯해 여러 풀들에게 말을 걸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비비추가 삐죽이 고개를 든 것을, 수염개밀이 고개를 숙일 줄 안다는 것을, 기생여뀌가 늘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풀과의 대화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내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준비만 하면 풀들은 자연스레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작가는 매일 풀들을 만나며 그 비법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마음을 열고 연남천의 풀들을 만나다 보니 어느 날 수까치깨가
라고 말하는 것도 듣고, 바랭이가
하는 말도 들을 수 있었을 겁니다.
책에는 작가가 매일 연남천(실제 지명은 홍제천이지만 동네 이름을 따서 ‘연남천’이라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을 산책하면서 본 풀들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아주 천천히 책을 보고 있노라면, 풀 그림 뒤 하얀 여백 속에서 작가가 산책하면서 보았을 수많은 다른 모습이 하나둘 나타납니다. 느릿느릿 산책하는 노부부, 신나게 뛰어가는 아이들, 빨리 가자고 목줄을 당기는 강아지, 그리고 연남천에 비친 구름과 나무까지 아주 많은 풍경이 책 여기저기에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이 책이 단순히 풀을 소개하기보다 풀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갈수록 짜증과 한숨이 늘고 사는 게 힘에 부친다고 느껴진다면 『연남천 풀다발』을 처방전으로 권합니다. 한 장 한 장 느긋하게 넘기면서 작가가 풀들과 나눈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그러고 나서 여력이 된다면 집이나 직장 근처를 산책하며 가까이에 있는 풀들과 눈을 맞춰보세요. 어느새 풀들에게 말을 거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이태용_『식물 읽어 주는 아빠』 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8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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