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숲

숲에서 발견한 사랑의 풍경

by 행복한독서

추억의 숲

Doha 글 / 김서하 그림 / 78쪽 / 20,000원 / 별별문학



책방 앞 창밖 풍경은 도심 속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초록이다. 숲에는 아무렇게나 서있는 오래된 나무도 있고, 새롭게 개간하며 옮겨진 나무들도 함께한다. 사정이 어찌 되었든 숲은 절대 혼자서는 될 수 없다. 책방 앞 숲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듬어지고 있었다. 살며 사랑하는 우리네 삶도 그러하다. 그러나 다양한 나무들이 자리한 숲이라 해도 과밀은 피로를 가져오며 그 피로는 삶의 여유를 앗아간다. 그러니 저렇게 다듬어지는 것이리라. 책을 펼쳐본다. 출판계의 과밀지역이 아닌 곳에서 태어난 이 책은 가까이 있는 듯하나 한발 물러서야 볼 수 있는 느슨한 숲을 닮았다.


사랑은 대상에 따라 그 모양이 각각이며 진행형이므로 시작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사랑의 종결에 폭력, 무시, 학대 등 부정적인 평가의 모습을 보이는 뉴스들을 자주 접하게 되어 안타깝다. 『추억의 숲』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대표적 요소인 사랑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글에 맞추어 그림이 함께하므로 숲으로 들어가기가 수월하다. 사랑의 시작과 끝을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추억의 숲』은 연인 간의 사랑의 모양만을 말하지 않는다. 사춘기인 아이에게 여전히 아동기 사랑의 모양을 강요하는 부모였던 어제의 내 모습도 있었다. 그렇다. 내 시점으로 가득한 추억을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상대에게 준다면 그것은 선물이 아니라 덫일 것이다. 받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주는 사람을 위한 그것은 나를 속이고 상대방을 해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추억이라는 색깔로 아무렇지 않게 말이다.


『추억의 숲』에서 그들의 사랑의 모양이 추억일 수 있는 이유는 그 어떤 이도 관여하지 않는 그들만의 것이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추억은 그 시절 내 시점의 기록이다. 그래서 다소 한계가 있지만 고유성을 지닌다. 안타깝고 아쉬움이 있는 삶의 풍경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지금이 아니라 과거다. 떠난 그녀를 찾으며 그리움의 덫에 걸린 그는 가슴을 부여잡고 아파했다. 그녀를 사랑했다고 하면서 자신의 상태에만 집중해 가슴을 부여잡는 소년에게 달님은 마음은 찢어지는 게 아니라 구겨졌다 펴지길 반복하는 것이라 조언해준다. 어떤 여지도 없던 빳빳한 마음은 그렇게 반복하면서 자국이 생기게 되고 조금씩 다른 관점을 갖게 되는 것이지만 그 상황에서는 이 말이 들릴 리 없다.


추억의숲본문.jpg


우리는 때론 나에게 이득이 될 때만, 긍정적인 감정을 줄 때만 소중하다고 여기는 함정에 빠진다. 소녀는 왜 속 깊은 이야기를 당사자인 그와 나누지 못하고 떠나게 되었을까? 그들이 함께하며 생성되는 다양한 감정을 받아들이며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가까울수록 깊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우리네 일상이 보인다.


사랑은 진행형이며 시작이 있으면 과정이 있고 종결이 있는 삶과 같다. 그러므로 순간순간의 감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태도임을 잊지 않기로 한다. 빛바랜 추억을 회상하며 오늘이라는 선물을 덫으로 만들지는 않기로 다짐하며 책을 덮는다. 오늘은 오늘의 태도로 살아보리라.


구효진_임상심리사, ‘앨리스의 별별책방’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숲에서 한나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