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그림책의 발달 과정과 그림책상

조금 낯선 그림책 이야기3

by 행복한독서

중국은 전통적으로 어린아이 흥미에 맞는 도서가 아닌 글자 해득과 함께 인성 함양을 위한 목적의 유가 경전을 읽도록 했다. 이 때문에 예술 방면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여 그림이 포함된 어린이책은 1920년대에야 등장했다. 중국에 가장 먼저 소개된 본격적인 그림책은 1928년 천보추이가 번역한 미국 작가 완다 가그의 『백만 마리 고양이』이다.


대만과 중국에서는 그림책을 도화서(圖畵書, Picture Books) 혹은 회본(繪本)이라고 부른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으로 대만과 중국은 다른 체제에서 아동문학 활동을 하다가 대만은 1980년대, 중국은 2000년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책 시장이 형성되었다. 시기적으로는 대만이 앞섰지만 다른 나라의 번역 작품을 소개하다 고유의 문화에 대한 자각이 싹트는 과정은 대만이나 중국이 마찬가지였다.


특히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정책 실행 이후 1986년 IBBY에 가입하고 국제적인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1990년대 말 무렵에는 아동문학 전문 출판사가 많이 생겼다. 이들이 외국 그림책을 대량으로 들여오면서 2000년 초부터는 창작 그림책에 대한 의식이 싹텄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그림작가는 대만의 지미 리아오(본명 리아오푸빈)이다. 지미는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광고 회사에서 일하다가 그림책작가로 변신했으며, 대만의 이란 지역에는 그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지미 공원’도 조성되어 있다. 2002년에 중국의 요녕출판사에서 지미 리아오의 그림책을 시리즈로 출판해 큰 반향을 얻으면서 많은 출판사들이 그림책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의 그림과 책은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라며 어른을 위한 그림책 붐을 일으킨 지미 리아오는 세계 여러 나라에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된 『미소 짓는 물고기』는 2006년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고, 2009년에 발표된 『별이 빛나는 밤』은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를 비롯한 여러 작품이 뮤지컬과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변모했다. 그의 작품은 시적인 화면으로 ‘그림시’라고 말하기도 하며 동화적 정서를 물씬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미의 작품은 2000년부터 2018년에 이르기까지 무려 15권이 출판되었다. 지미의 작품은 글과 그림이 한데 잘 어우러져 도시에 대한 깨달음을 주고 인생에 대한 사고와 품위를 선사하는 예술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중국에서는 그림책 분야의 권위 있는 아동도서상으로 2년마다 개최되는 ‘펑즈카이 아동그림책상’이 있는데, 수상작을 통해 중국 그림책의 동향과 최근 주목받는 작가들을 알 수 있다. 이 상은 미국의 칼데콧상을 모델로 삼아 2009년부터 우수한 창작 그림책 작가를 선정하고 있으며 중국어로 된 작품이면 모두 후보작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2009년 1회부터 2019년 6회까지의 수상 작품이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같은달아래.jpg ⓒ레드스톤(2019년 6회 수상작 『같은 달 아래』)


현재 중국의 도서 시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는 외국 아동문학 번역 작품의 비중이 더 컸지만, 2003년 이후부터는 양상이 바뀌고 있다. 그리고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세계 아동 도서 시장의 12퍼센트를 중국이 점유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우수한 창작 작품을 해외에 널리 알리려 노력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국제학술대회 및 국제 아동 도서전 개최, 다른 나라와 합작하여 책을 출판하는 것 등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세계화(走出去)’ 정책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2회 수상작인 『경극이 사라진 날』이 바로 한·중·일 세 나라의 출판사와 작가들이 협력한 ‘평화 그림책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탄생한 작품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그림책을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세계시장과의 교류로 역량이 축적된 중국이 야심차게 우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 문을 살며시 열어야 할지, 활짝 열어야 할지는 앞으로 우리나라 출판 관계자와 독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권애영_방정환 연구소 연구위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0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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