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할아버지

언젠가 모두 아기였던 우리들

by 행복한독서
나는 옆집 할아버지가 무섭다.
쭈글쭈글한 얼굴로 천둥처럼 고함을 친다.
그에 비하면 내 동생 아기는 사랑스럽기만 하다.
왜 어른들은 아기처럼 사랑스럽지 못한 걸까?
“이놈, 인사 안 하냐?”
깜짝 놀란 나는 후다닥 집으로 뛰어가 버린다.
딱지놀이 하는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안 무서운 걸까?



옆집 할아버지

하영 글·그림 / 44쪽 / 14,000원 / 킨더랜드



아이는 옆집 할아버지가 무섭습니다. 얼굴도 쭈글쭈글 이상한데, 보기만 하면 인사하라며 소리를 지르니 더 무섭습니다. 동생이 생긴 다음 날, 그런 할아버지의 낯선 모습을 본 아이는 문득 ‘그 할아버지도 아기였을 때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섭기만 하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옆집 할아버지』는 무서운 할아버지에 대한 아이의 감정 변화를 그린 책입니다. 글과 그림 모두 아이의 마음과 감정에 집중해서 흘러갑니다. 그렇다면 책에 묘사되지 않은 옆집 할아버지의 마음은 어떨까요? 왜 유독 옆집 아이에게만 “인사 안 하냐?”며 소리를 지르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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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옆집 녀석이 참 귀엽다.

수줍어하며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 모습에 괜히 장난을 걸고 싶다.

“인사 안 하냐?”고 하면 “안녕하세요….” 웅얼거리며 냅다 뛰어가는 모습은 언제 봐도 재밌다.

손주들도 다 커버린 지루한 하루하루에 그 녀석을 보는 건 큰 즐거움이다.

그런 녀석한테 동생이 생겼다니 뭐라도 하나 주고 싶다. 딱지를 만들어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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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한 할아버지의 마음은 이랬습니다. 책 속 할아버지는 마음을 잘 표현할 줄 모릅니다. 귀여운 마음에 인사하라며 소리를 지르다니요. 잘못된 표현은 오히려 옆집 아이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고집불통 눈치 없는 이 할아버지는 그것도 모르죠.

제 아빠는 무뚝뚝한 분이십니다. 겨울이면 꼭 딸과 손자의 외투를 사서 보내주지만 따뜻한 말은 못 하는 분. 어린 시절엔 다정하지 않은 아빠에게 서운함도 많았습니다.


살다 보면 어떤 사실이 새삼스럽게 각인되며 새로운 감정을 불러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오래전 아빠의 어린 시절이 머릿속에 영화처럼 그려진 순간이 그랬습니다. 아주 어릴 때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아빠. 나의 아빠이기 전에 아기였고 장난기 많은 아이였던 아빠. 사소한 일로 그려보게 된 아빠의 어린 시절은 아빠를 다르게 바라보게 했습니다. 무뚝뚝한 말과 엉뚱한 행동 속에 숨어있던 애정이 보이기 시작했고, 서운함은 애잔함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누구나 사랑스러운 아기였을 때가 있었다는 이야기이자, 진심을 전하고 느끼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아이는 옆집 할아버지가 딱지를 만드는 모습만이 아니라, 자기와 아이들에게 딱지를 나눠주는 모습에 더 낯선 감정을 느꼈을 겁니다. 할아버지의 진심이 아이에게 처음 전해진 순간이니까요.


저처럼 숫기가 없는 사람은 마음을 잘 표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진심은 언젠간 전해지기 마련이라지만, 표현도 진심만큼이나 중요하죠. 아이의 꿈속에서 아기 할아버지는 ‘네가 딱지를 다 따버려서 화가 난다. 토끼가 무섭다. 같이 놀고 싶다’며 마음을 표현합니다. 우리는 모두 천진난만한 아기였던 적이 있었고, 그때의 우리는 작고 약하고 솔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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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너무 무겁지 않게 그리려 했어요. 배경으로 그린 숲은 할아버지에 대한 아이의 감정이자 바로 할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숲에 갔을 때 고목나무의 잔가지를 보며 노인의 주름살을 떠올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가지들은 아름답기도 하고 기묘하기도 했지요. 풍파에 깎이고 이끼가 낀 단단한 바위도 묘하게 노인을 떠오르게 했었어요. 그 느낌을 담고 싶었습니다. 나고 자라고 늙고 죽고 다시 태어나는…. 자연의 섭리를 품은 숲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할아버지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는 오늘 옆집 할아버지에게 먼저 큰 소리로 인사를 했습니다. 그 모습에 오히려 할아버지가 당황한 것 같습니다. 아이와 옆집 할아버지는 꿈이 아닌 현실에서도 함께 딱지놀이를 하게 될까요? 앞으로 아이와 옆집 할아버지가 재미있게 지내기를 바라봅니다.



하영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SI그림책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꼬르륵』 『가을 숲 도토리 소리』 『구두 생일』 『내가 해 줄까?』 등을 그렸습니다.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 『걷는 게 좋아』 『옆집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9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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