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이 품은 마음, ‘신명’
길놀이
노을 글·그림 / 80쪽 / 19,500원 / 반달
『길놀이』는 우리의 풍물 이야기예요. 길놀이를 시작으로 풍물 맘판(판굿의 마지막, 마음껏 치는 판)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대한문에서 시작된 길놀이는 숭례문에 이르러 아주 큰 풍물축제가 되어요. 서울시 중구 전체가 들썩들썩, 신명나지요. 책에서 여덟 쪽으로 펼쳐지는 마지막 그림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해요. 모두 우리의 이웃들이지요. 또 치배(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의 모습은 실제와 똑같이 그렸어요. 장구를 메는 법, 꽹과리를 잡는 법, 채를 쥐는 법 들을 그림을 보고 배울 수 있지요. 길놀이에 쓰이는 장단 중 아이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장단들을 정간보에 구음으로 표기했고, 끝에는 우리 음악에 대한 궁금증과 풍물패 구성원의 이름, 추임새, 전통놀이와 연희 등 정보글을 넣었어요. 우리 아이들이 별달거리 장단 정도는 신나게 부를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저는 세 아이의 엄마예요. 첫 아이를 키울 때, 아이가 피아노보다 우리 악기를 먼저 배우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유아 국악 수업기관을 알아보았는데 적합한 곳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왜 우리 음악을 배울 곳이 없을까?’ 속상해하던 중 ‘국악놀이연구소’를 알게 되었어요. 그곳에 찾아가 직접 유아국악놀이지도자 과정을 공부했지요. 저는 몸치였지만, 국악놀이로 배우는 우리 풍물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지역의 아이들과 함께 노래와 몸 놀이로 장단을 익히고 장구를 쳤어요.
그리고 어느 봄날 뚝섬 공원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다섯 명의 아이들과 어른 한 명이 동그랗게 서서 풍물을 치는 모습을 보았지요. 이채, 삼채, 굿거리 세 가지 장단만으로 음악이 되는 것을 보고 감동했어요.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조화롭게 만들어가는 마음이 참으로 아름다웠어요. 그 후 아이들과 길놀이를 하고 싶었던 작은 소망을 이룰 수 있었어요. ‘우리 아이들이 잘하는 일채, 이채, 삼채 장단으로 길놀이를 해보자’고 결심했지요. 먼저 환경 메시지를 담은 만장(깃발) 만들기 수업을 했어요. 그림책에 그려진 만장을 들고 풍물패 꼬리를 따르는 아이들은 실제로 저와 함께했던 아이들이에요. 어깨에 장구를 메고 펄럭거리는 만장을 따라 동네 골목골목을 행진했지요. 신이 난 아이들의 발그레한 얼굴과 환한 웃음이 지금도 생각나요.
그렇게 시작했던 아이들과의 작고 소중한 길놀이는 ‘한국실험예술정신’에서 주최한 한국실험예술제를 여는 퍼레이드에 참가하면서 더 큰 추억으로 남았어요. 무더운 여름이었는데도 북극곰 상자를 뒤집어쓰고 행렬에 함께해준 제 남편, 까만 코에 하얀 얼굴로 북극곰 분장을 한 아이들과 엄마들 등 지역의 아이들과 함께한 과정을 그림책에 그대로 담았어요. 이 퍼레이드에 세 번째 참여했을 때에는 셋째가 뱃속에 있었어요. 거의 만삭이었는데,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배를 잡고 서교동 상상마당에서 출발해 홍대 일대를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다녔어요. 뱃속의 아기도 신이 났던지 발을 톡톡 차며 엄마와 신명을 함께했어요. 이제 여섯 살이 된 셋째는 지금도 장구를 좋아해요. 덩실덩실 춤도 잘 추고요.
제가 민복에 삼색 띠를 두르고 풍물패의 일원으로 처음 경험했던 길놀이는 2007년 제9회 의성 허준축제예요. 서울 강서구에 있는 경복여상(현 경복비즈니스고등학교)에서 출발해 구암공원에 이르는 퍼레이드의 선두에는 여러 풍물패가 연합하여 길놀이를 시작했어요. 풍물패의 발걸음에 맞추어 싱글벙글, 기쁨 가득한 눈망울로 저와 함께 눈을 맞추던 아이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풍물은 아름다운 마음을 품고 있어요. ‘신명’이에요. ‘덩다다 쿵따!’ 어깨가 들썩이는 신나는 소리, 모르는 이웃과 나누는 따듯한 웃음. 그렇게 웃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이것이 신명이지요. 내가 밝아지고 가족이 밝아지고 학교가 밝아지고 일터가 밝아지고 세상이 밝아져요.
그리고 아름다운 마음에는 하나가 더 있습니다. 지금도 각 마을마다 풍물패가 있어요. 저는 마포구에 있는 ‘살판’과 은평구에 있는 ‘터울림’에서 우도판굿을 배웠어요. 도시에 있는 풍물패 사람들은 각자 일터에서 일을 마치고 매주 하루 또는 이틀 모여 풍물을 합니다. 터울림은 매년 가을굿을 해요. 하루 동안의 가을굿을 위해 일 년을 준비하지요. 저는 이 가을굿에서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그저 풍물의 신명을 이웃과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의 ‘예쁜 마음씨’를 보았어요. 이 두 가지가 바로 이 책이 품은 마음이랍니다.
노을 선생님은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길놀이』는 쓰고 그린 첫 그림책이에요. 장구를 어깨에 메고 길놀이를 처음 경험했을 때의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어 이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옆으로 구불구불 재미난 길 신나는 길에서, 독자들과 또 다른 그림책으로 만나기를 꿈꿉니다.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7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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