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삶을 읽는 사회적 시선
도시의 깊이
정태종 지음 / 296쪽 / 16,000원 / 한겨레출판
세상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도시가 존재한다. 크고 작음을 떠나 모든 도시는 저마다 자기만의 풍경을 지닌다. 건축물이 랜드마크처럼 도시를 상징하는 경관으로의 표정도 있고 문화라는 이름으로 드러난 삶의 풍경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는 겉으로 드러난 풍경 이상으로 깊다. 한번 발걸음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도시에는 우리가 “몰랐거나, 지나쳤거나, 아직 도착하지 못한 인문적 아름다움”이란 깊이의 매력이 존재한다. 그래서 공간탐구자를 자처한 저자는 도시의 깊이를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다양성으로 인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도시를 읽는다는 것, 도시의 깊이를 체험한다는 것은 곧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와 직결된다. 건축과 도시는 결국 사회이다. 우리가 어느 한 도시를 여행하고 특정한 건축물을 체험하는 것은 곧 거기 사는 사람들의 사회적 행위와 동시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도시의 깊이를 만끽하려면 유명한 건축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여행 가이드북에 나온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 이상의 사회적 시선을 갖출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공간탐구자로서의 화두로 ‘헤테로토피아, 현상학, 구조주의, 바이오미미크리, 스케일’이란 다섯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도시는 일상이 아닌 것을 상상한다는 헤테로토피아로서의 도시 공간, 도시는 오감 그 자체여서 느껴지는 현상학으로서의 도시 공간, 공간을 실험함으로써 드러나는 구조주의로서의 도시 공간, 자연에서 배우는 바이오미미크리로서의 도시 공간, 그리고 도시와 건축과 사람은 하나라는 명제가 다섯 가지의 키워드를 통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건축물과 도시의 풍경이 소개된다.
다소 무거워 보이는 키워드는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을 의미한다. 푸코의 헤테로토피아에서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을 이야기하며 저자는 색과 빛으로 공간을 읽는다. 다녀본 도시의 건축물을 소개하는 얕은 책이 아니라 철학에서 시작하여 영화 이야기를 넘나들며 도시의 깊이를 자신만의 눈으로 파헤친 책이어서 책의 깊이가 느껴진다.
책에서 소개하는 도시의 깊이에는 호기심이 잔뜩 묻어있다. 각각의 키워드를 드러내는 건축물과 도시는 인문학적 사고에서 시작하여 국내와 해외, 서양과 동양, 그리고 고전과 현대를 넘나들며 저자가 직접 보고 느낀 서정과 상상을 드러낸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시간 여행자가 되어 도시의 깊이와 건축공간의 인문적 아름다움을 상상하게 된다. 이 책은 도시나 건축물을 단편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을 넘나들고 장르를 뛰어넘어 도시의 깊이에 인문학적 사고를 더한다.
이 책은 단순히 건축물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공간에 담긴 건축가의 시적 상상력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건축이 서있는 장소의 사회적 추상을 대변하기도 한다. 건축물에는 분명 건축 자체의 개념적 의미와 함께 건축의 외적 정서도 함축되어 있다. 저자는 사회적 시선으로 건축 너머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읽어내려고 한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자기가 익숙한 공간과 사고에서 잠시나마 결별하고 다름의 도시에 담긴 상상력의 깊이를 파헤쳐보는 재미를 만끽하게 된다.
도시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결국 자기 자신의 세계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긴 시간 동안 막혀있었던 내가 사는 도시 밖으로의 여행이 다시 시작된다면 이 책을 들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도시의 깊이를 체험하러 떠나길 권한다. 이 책이 내가 찾아 나선 낯선 도시와 살아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길라잡이가 되어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체험의 무게는 여전히 우리 각자의 몫이다.
이영범_경기대 건축학과 교수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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