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인문학

타인의 도시를 읽는다는 것

by 행복한독서


도시 인문학

노은주, 임형남 지음 / 308쪽 / 16,000원 / 인물과사상사



타인이 경험한 도시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풍경의 허기를 달래거나 지식을 축적하는 것을 뛰어넘는다. 어쩌면 나를 대신한 발견이고 도시의 정체성을 세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 경험이 스쳤던 곳에는 공감이 생길 것이고 새로운 도시 페이지에는 묘한 질투와 부러움이 중첩된다.


저자인 두 건축가의 눈으로 보는 낯선 도시는 내게 비슷한 스케치가 불현듯 떠오르게 했으며 책을 집어 든 목적이나 경계심에서 벗어나 완만하고 깨끗한 길을 걷는 것 같은 마음이 들게 했다. 인문학의 방향이 작가의 개인적 성향이 보태어지는 것을 편협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건축이라는 모뉴먼트가 있기에 두 작가는 특수성, 그리고 거기에 숨겨진 보편적 영역까지 보태어 모두가 읽을 수 있도록 한계를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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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를 해보면 우선 역사, 예술, 미래의 풍경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나뉘어있는데 역사에서 시작해 미래의 풍경으로 끝나는 시간적 서술은 건축 양식과 시대상에 맞물려 차근차근 정의를 내린다. 거기에 작가의 개인 경험이 녹아들어 상상력도 자극하며 역사적 사실이나 몰랐던 흥미로운 뒷얘기 등 다양한 분야의 소재가 연결되어 완성된 구성이 도시를 이해하는 데 좋았다.


소개한 도시와 건축물 중에 가장 인상적인 곳은 일본 지추 미술관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의 건축 작품의 하나로 다섯 번도 더 방문했음에도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여행이 재개되면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싶은 공간 중 하나다. 작가의 설명에 덧붙이자면 지추 미술관이 들어선 나오시마 섬은, 건축 폐기물과 지역 쓰레기가 쌓여가는 주변 섬들과 함께 낡고 있는 섬이었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기업가의 협업으로 섬 재생 사업을 시도했는데, 많은 방향 중 건축과 예술적 모뉴먼트 건립에 충실히 했고 결과물의 일부인 지추 미술관과 더불어 섬을 대표하는 아트워크가 섬 전체에 놓여있다. 방치된 폐가를 전시 시설로 탈바꿈하고 유명 작가의 개인실을 들이는 아트워크와 유니크한 전시 시설이 된 지역 목욕탕, 오랜 전통과 역사가 있는 지역 생산물을 기념하는 기념관들이 생겼다. 그에 더해 유명 셰프가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레시피를 개발해 식당을 운영하는데, 운영 역시 지역 주민들이 한다. 버려진 섬을 단순히 새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것들을 활용해 섬 전체의 경제와 문화까지 다 살아난 성공적인 프로젝트다. 도시 개발이 발전의 전부가 되면 안 되지만 나오시마와 안도 다다오의 프로젝트는 도시가 건강하게 살아나 성장하는 발전에 가장 좋은 예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밖에도 책 속에 소개된 도시를 살펴보면 다양한 지역과 건축물이 나오는데 그중 유대인 학살에 관련한 아픔의 역사를 되짚는 독일 베를린의 유대인 박물관이나 현대의 사회적 허기와 불안 해소를 위한 대안 공간으로서의 네덜란드 스헤인덜의 글라스 팜, 과연 인간이 만들어낸 창조물이 맞는지 압도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성 가족 성당과 같은 도시와 공간들은 꼭 전공자거나 건축에 관심이 없더라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만한 곳이다.


임화경_안도북스 책방지기, 『당신의 방이 속삭일 때』 공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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