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어여쁜 그림책

그림책 숲으로 안내하는 네 명의 목소리

by 행복한독서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

김지은 외 3인 지음 / 316쪽 / 15,800원 / 이봄



‘읽는 약’이라고 쓰인 약봉지에 담겨 배달된 책. 궁금하다. ‘용법 1일 1회, 매사에 심드렁하고 기쁜 일이 하나도 없을 때.’증상과 복용법까지 짐짓 진지하게 쓰여 있다. 아프다는 걸 전제로 하고 치료를 하자며 바짝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져 살짝 거부감이 생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외면하지 못하는 것은 분노로 들끓는 속내를 가라앉혀 줄 약이 혹시 있으려나 싶어서다.


약봉지에 담긴 약보따리는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이라는 깜찍한 이름을 달고 있다. 제목을 읽고 무심히 그림을 보다‘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된 당신께 드리는 그림책 마흔 네 권’이라는 부제 앞에서 순간 눈물이 툭 터졌다. 고백하자면 늘 아프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고단하다. 아픈데 아프다고 툭 터놓고 말할 수 없어 더 아프다. 게다가 세상까지 혼란스러워 주말마다 냉기를 견디며 길바닥에 앉아 촛불을 드느라 나도 아프고 너도 아프고 우리 모두는 아프다. 그러니 나나 당신이나 약 먹을 명분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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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네 명의 어른이 아프고 지친 우리를 치유의 숲으로 안내하는 책이다.

치유의 숲은 ‘그림책’이다. 동화작가, 시인, 신문기자, 출판평론가라는 이름표를 단 이들은 각자의 눈으로 아프고 힘든 어른을 진단하고 알맞은 처방전을 내놓는다. ‘기쁨, 사랑, 위로, 성장’의 네 갈래 길을 보여주며 어디로 가든 당신은 숲에 가 닿을 거라고 용기를 준다. 거기서는 마음껏 아픔을 부려놓고 치유 받을 수 있다고 격려한다. 네 갈래 길에 놓인 마흔 네 권의 그림책에 대한 안내와 저자의 고백이 주는 내적 연대감에 마음이 든든해진다. 그래서 그들이 슬쩍 보여준 그림책의 온전한 모습이 궁금하고 조바심이 나서 부지런히 목록을 옮겨 적는다.


일터가 다른 안내자들이 쓴 그림책 이야기는 색깔이 다른 실로 직조된 천과 닮았다.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자세히 기록한 글, 책에 담긴 의미를 성찰하는 글, 그림책 제작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는 글, 작가의 삶과 작품 창작 배경을 은밀하게 속삭이는 글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그림책 서평을 묶은 책은 고만고만한 이야기를 되풀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책 밖으로 쉽게 빠져 나오곤 하는데 이 책은 결이 다른 글이 서로 맞닿아 있어 좀처럼 책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한다.


이 책을 만든 작가들은 손 큰 아낙들이다. 한 권의 그림책을 맛있게 먹고 그릇을 물리려는 찰나, 입맛 당기는 후식을 들이민다. 소개한 책과 비슷한 유형의 그림책이나 음악, 영화를 ‘함께 읽어 보세요’라며 건네주는 후식은 얼른 먹고 싶은 강력한 유혹이다. 직장인으로, 엄마로, 딸로, 연인으로, 친구로 살아가는 네 사람의 이야기는 제각각 다르면서도 공통분모가 있는 고민과 아픔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들의 고백과 아픔은 책을 읽는 나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그들이 내미는 처방전을 무장해제한 채 덥석 받아 안게 된다. 아프고 힘들 때, 혼자 앓거나 울지 말라며 어깨를 토닥이는 자매애에 단단하게 뭉친 응어리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다.


막막할 때, 한없이 우울할 때, 슬플 때 혼자 웅크리고 있지 말고 그림책의 숲으로 가자는 그네들의 따뜻한 목소리를 듣고 치유의 숲에 들어가고 싶은 호기심으로 조바심 내며 집을 나선다. 그림책을 사러 책방으로 간다.


최은희_아산 배방초 교사,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 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7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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