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있을까 지평선

너머를 보는 힘

by 행복한독서

어디에 있을까 지평선

카롤리나 셀라스 글·그림 / 오진영 옮김 / 40쪽 / 12,800원 / 문학동네



이 그림책의 첫인상은 색감이 무척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포르투갈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카롤리나 셀라스의 첫 그림책으로 남부 유럽의 화사하지만 강렬하지 않고, 온화하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색이 가득히 펼쳐진다. 작가는 평면적 표현 기법을 쓰며 오로지 대담한 공간 분할과 색으로 공간감을 만들었다. 표정을 생략하고 단순화한 캐릭터 표현 역시 독자를 공간에 더욱 집중시킨다.


사전적 의미의 지평선은 ‘편평한 땅과 하늘이 서로 맞닿은 선’이다.

제목이 이끄는 대로 표지를 열고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지평선을 찾으려 했지만 이내 고개를 갸우뚱하고 말았다. 화자가 여기도, 저기도 있다고 말하는 그것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무수한 선만 보일 뿐이었다.


그림책 밖으로 나와 다시금 지평선에 대해 생각해본다.

지평선은 우리에게 ‘저기까지가 땅’이라고 알려주는 시야의 한계이자 땅의 임계이지만 그렇기에 언제나 그 너머로 우리를 유혹한다. 때때로 지평선은 더 가까운 사물에 가려져 눈에 보이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마치 대상 영속성처럼 우리는 보이지 않는 그 너머에 지평선이 있음을 안다. 아는 것과 보고 경험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세상이 있고, 인식의 바깥에 있는 그 너머의 가능성과 상상, 가정과 희망의 영역에 속한 세상이 있다. 작가가 말하는 지평선은 후자의 세상에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니 작가가 그려낸 그 너머를 봐야 하지 않을까?

그림7-지평선본문 copy.jpg


다시 그림책으로 더 깊이 들어가 시각과 논리에 의존하지 않고 상상력을 활짝 펼쳤다.

마침내 내게도 ‘언제까지나 이어지는’ 그것이 보였다. 화면 안이 아니라 화면 밖 너머에 있는 지평선이, 좁디좁은 일상의 공간에서 저 광활한 우주까지 펼쳐지는 마음의 지평선이, 모험과 도전의 순간에 경계와 한계를 넘는 그 선이…. 맨 처음 직립보행을 하고 ‘지평선’을 보았을 인간처럼 내 안의 작은 ‘지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그림책을 덮으며 어느새 나는 지평선을 바깥세상이 아닌 나의 내면에서 찾기 시작한다.

아주 먼 것 같지만 어떤 날은 가까이 있고, 가끔은 숨어있기도 하고, 내가 직접 그려 볼 수도 있는 나의 지평선. 하늘이 맑은 날이 아닌 내 눈이 맑은 날 볼 수 있는 내 안의 지평선은 무엇일까? 너머를 보는 힘으로 지평을 열면 보일 것이다, 나의 지평선이.


김세실_그림책 작가, 그림책테라피스트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9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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