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주름살이 좋아요

주름살에 담긴 할머니의 인생

by 행복한독서

할머니 주름살이 좋아요

시모나 치라올로 글·그림 / 엄혜숙 옮김 / 40쪽 / 12,000원 / 미디어창비



“할머니, 할머니 머리는 왜 하얘요?”

“할머니니까 하얗지.”

“우리 할머니는 까만데~.”

어디서든 아이들을 만나면 많이 듣는 이야기에요. 나의 ‘흰머리’는 처음 어린이도서관을 시작하려고 할 때 큰 고민거리였답니다. 요즘 아이들은 흰머리를 무서워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희고 긴 내 머리카락을 보고 “할머니, 귀신같아요”라고 말한 아이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 부딪쳐보자.” 아이들을 믿고 그냥 밀고 나갔습니다. 아이들을 향한 나의 믿음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할머니가 자기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이들은 금방 알아차렸습니다. 지금은 흰머리 따위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나의 흰머리는 아이들과 어머니들의 가슴에 신뢰와 따뜻한 추억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흰머리 소녀’는 나의 애칭이 되었지요.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나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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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할머니 주름살이 좋아요』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내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어요. 나는 또 한번 행복합니다. 할머니의 주름살과 나의 흰머리가 겹쳐 보이거든요. 첫 장을 넘기면 아이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할머니의 생일날, 아이는 할머니가 행복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면서도 할머니는 어쩐지 좀 슬퍼 보이고, 놀란 것도 같고, 어딘가 걱정스러워 보였어요. 할머니가 주름살 때문이라고 말하자, 아이는 할머니에게 묻지요.

“할머니, 주름살이 걱정되세요?”

아름다운 꽃밭 속에 묻힌, 깊이 주름진 할머니의 얼굴에 감추어진 수많은 이야기. 아이와 할머니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이 나오면서 독자도 할머니의 지난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궁금증은 우리 모두를 책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합니다.


아이는 궁금한 점을 하나하나 물어봅니다. 할머니는 옛이야기를 들려주듯 손녀에게 친절하고 자상하게 대답해줍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의 얼굴 표정 속에 기쁨과 슬픔, 놀라움 그리고 외로움이 모두 보여요. 화려하지 않으면서 깔끔하고 힘찬 굵은 터치의 유화와 따뜻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색상이 편안하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하네요.



한 사람의 삶의 흔적인 주름살을 창피하게 여겨 주름살을 없애기 위해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심지어 수술까지 받는 사람들을 요즘들어 수월찮게 봅니다. 이런 세태에 아름답게 살아온 할머니를 추억하면서 이 그림책을 만들어 할머니에게 바친 작가에게 샘이 날 지경입니다. 하지만 내게도 나의 흰머리를 사랑해주는 아이들과 지난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동무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서 말합니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하고 자랑한다”고요.



최해숙_전 더기쁜어린이도서관장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9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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