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아닌 내가 만든 꿈
할아버지와 달
스테파니 라푸앙트 글 / 로제 그림 / 양혜진 옮김 / 100쪽 / 15,000원 / 찰리북
“미지근한 바람처럼 흘러갔다. 느릿느릿 오래오래.” 그리고 할아버지는 말없이 돌아가셨다. 그 할아버지의 손녀는 이야기한다. 그 누구도 말 없는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다고. 그 말없던 아드리앵 할아버지는 자신의 손녀를 “할미”라고 불렀다. 그에게 가장 소중했던 뤼실 할머니처럼 손녀가 소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애정 어린 말을 듣고, 나를 “아기”라고 부르던 한 사람이 떠올랐다.
나의 언니는 치열하게 삶을 살았다.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삶을 위해 살았다. 그랬던 언니는 너무나 이른 나이에 단 한마디의 유언도 남기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났다. 언니가 떠나고 10년 동안 난 언니처럼 치열하게 살았다.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내가, 공부하고자 했던 언니를 닮고 싶어서였을까. 열심히 10년간 학위를 받으며 공부했다.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던 평범한 나였지만 하다 보니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빛나고 싶었다. 책 속에서 열리는 “누가 누가 달에 가나” 대회처럼 나는 ‘누가 누가 잘하나’ 대회가 있는 것처럼 앞으로 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난 멈췄다. 할아버지가 너무나 사랑했던 할머니가 떠나고 모든 것이 멈춘 듯이 지냈던 것처럼, 나의 시간도 언니의 부재를 깨닫고 갑자기 멈춰버렸다. 난 내 이름이 아니라 명예를 앞세워 살고 있었다.
작가인 라푸앙트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서 부여받은 번호로 오랫동안 경연을 벌이고 최고의 자리에 섰다. 그리곤 방향을 바꾸어 작가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야기했을 것이다. “넌 빛나는 별이야.” 그런데 왜? 하지만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보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라푸앙트의 마음이 느껴져서 책을 읽으며 울었다. ‘나도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달렸던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손녀 할미는 누구나 원하던 달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우주에 갔을 때 깨달은 건 “텅 빈 느낌이었다.” 나도 그랬다.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내가 진짜로 원해서 달려온 것일까. 그 공허한 곳에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던 그녀의 심정이 느껴졌다.
“할아버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책에서 할아버지는 어디에서든 잠을 잔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잠’이라고 표현한 건 아닐까. 그러나 할아버지는 “느릿느릿 오래오래” 자신의 삶을 소중히 살고 계셨다. 사람들은 자꾸 남과 비교한다. 그래서일까? 나도 남이 말한 것이 나의 꿈인 줄 알았다. 그러나 남이 내 꿈을 만들 수 없다. 살아가면서 내 꿈은 바뀔 수 있고, 남의 눈에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행복하다면, 그 꿈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이 이야기는 분명한 끝이 없다. 그래서인지 책을 다 읽고 나서 여운이 가득했다. 누구나 다른 이의 인생을 정할 수 없다. 내가 살아서 행복하게 움직이는 이 삶이 바로 내 삶이리라. 오늘도 나는 느릿느릿 오래오래 나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내가 선택한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송현희_그림책문화꽃피움 대표, 한국영상대 교수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9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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