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째깍 변신로봇

잃어버린 혹은 잊어버린 우리들의 시간

by 행복한독서
째깍째깍 기계처럼 반복되는 일상, 삐빅삐빅 변신로봇이 되어버린 사람들.
사람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무표정한 얼굴만 가득합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과 잊어버린 것은 무엇일까요?
숨 가쁜 삶에서 잠깐 멈춰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째깍째깍 변신로봇

나두나 글·그림 / 32쪽 / 13,000원 / 책고래


어느 날, 무심코 올려다본 밤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별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문득 ‘내 꿈은 뭐지?’ ‘어린 나의 꿈은 뭐였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엔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명인이 되길 꿈꾸기도 했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의 모습이나 세계를 여행하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순수하게 꿈을 꾸며 그 꿈이 실현될 것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가진 능력과 현실에 맞추어 꿈도 조금씩 작아지면서 퇴색되었습니다. 그렇게 세상과 타협하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아예 꿈을 꾸지 않고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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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별을 본 그날 이후로 달라졌습니다. 공기마저 숨을 멈춘 듯 조용한 아침, 평소처럼 ‘띠링 띠링’ 알람 소리에 깨어나 졸음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유난히 빠르게 달리던 버스는 빌딩 숲에 가까워지자 느릿느릿 속도를 늦추었습니다. 신호등 불빛에 따라 움직이는 수많은 차들과 사람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빌딩의 거대한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일상들이 흥미로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수첩을 꺼내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때 그린 섬네일이 『째깍째깍 변신로봇』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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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 소리가 울리고 밤새 도시를 뒤덮던 정적이 깨지면 빌딩 숲의 모든 것이 눈을 뜹니다.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차들, 그 순간에도 시계는 부지런히 제 역할을 하지요. ‘째깍 째깍 째깍.’ 일터에 도착한 사람들이 작업복으로 갈아입으며 일과를 준비합니다. 무료한 분위기 속에 언뜻 긴장과 경계의 눈빛이 스칩니다. 그것도 잠시, 일이 시작되자 사람들의 얼굴에서 다시 표정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작업 공간에는 그저 소리만이 울려 퍼집니다. ‘드륵드륵’ ‘위잉 윙’ ‘타닥타닥…’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씩 바뀌어 갑니다. ‘사람’이 아닌 ‘로봇’으로요. 쉴 새 없이 실수 없이 일만 하는 로봇들이지요. 사람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이제 기계들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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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이 되자 ‘삐빅!’ 퇴근 카드 소리와 함께 로봇들이 밖으로 나섭니다. 로봇들은 문을 통과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의 사람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사람들은 다시 붐비는 버스에 몸을 싣고 저마다 집으로 향합니다. 길게 늘어선 차들의 경적 속에서 편안한 얼굴을 한 사람들. 캄캄한 밤, 창문에 비친 집안의 따뜻한 불빛이 보입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오늘도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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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누군가의 엄마나 아빠일 수도 있고 이모, 삼촌,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는 이웃사촌 등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인물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책을 보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라 믿었기에 처음에는 글 없는 그림책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림이 완성되어 갈수록 머릿속에서 그림들이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였고 째깍째깍 시계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장면마다 서로 다른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애니메이션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래서 의성어를 넣어 2014년 겨울,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글이 있고 없는 두 가지 버전의 더미북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기쁜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기대도 준비도 없었던 2016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습니다. 그 후 올해 여름, 용기를 내어 3년 동안 품에 품고만 있던 더미를 동료 작가와 함께 출판사에 투고했고,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그림책으로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째깍째깍 변신로봇』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 혹은 잊어버린 것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만능 로봇이 되기를 강요하지는 않는지, 행복한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두나 작가는 오랫동안 일러스트레이터와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며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그림책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째깍째깍 변신로봇』으로 2016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7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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