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의 빛나는 모험
완벽한 바나바
테리 펜, 에릭 펜, 데빈 펜 글·그림 / 이순영 옮김 / 80쪽 / 18,000원 / 북극곰
빵집과 세탁소와 책방과 편의점이 있는 평범한 거리, 그중에서도 사람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은 완벽한 펫 숍. 쇼윈도 안에는 특이하거나 귀여운 동물이 팔려 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길 아래 깊은 지하엔 비밀 실험실이 있다. 완벽한 애완동물을 만드는 곳이다. 코끼리와 생쥐를 반반 섞은 모습의 바나바는 그곳 연구실에서 완벽한 애완동물이 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연구실 선반 위 유리병에 사는 바나바는 치즈와 땅콩을 좋아하고 바깥 세계를 궁금해한다. 바퀴벌레 쫑알이에게 들은 밤하늘의 별과 은빛 호수를 상상하고 푸른 잔디에 앉아볼 날을 소망해본다.
하지만 바나바는 완벽하게 귀엽지 못했고, 곧 폐기되어 재활용될 운명이라는 걸 알게 된다. 아마도 더 복실복실한 털, 더 커다란 눈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 거라고, 쫑알이가 쫑알거렸다. 바나바는 절망했다. 귀엽게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 바나바는 자기 자신이 좋았다. 그래서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바나바의 모험이 시작된다.
바나바의 모험에는 모험담이 갖추어야 할 모든 요소가 갖추어져 있다. 불가능한 것에 대한 도전, 좌절, 용기, 다시 일어나기, 약한 존재들의 연대, 상상력이 돋보이는 캐릭터들, 누구 하나라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 갈등, 심장이 쫄깃해지는 스릴, 통쾌한 성공, 자존감을 높이는 결말 등으로 재미를 준다. 어린이들은 아마 바나바 일행의 모험을 진심으로 응원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의 미덕은 잘 짜여진 서사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바나바가 같은 처지 동물들의 유리병을 깼을 때 그 동물들의 이름을 일일이 써준 점이다. 이 캐릭터들이 실패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어린이들이 이름을 하나하나 읽을 걸 상상하면 기분이 참 좋다.
그런 반면, 악역인 인간들은 ‘연두고무’로 통칭되며 그들의 모습을 강조해서 그리지도 않는다. 그들의 존재를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어린이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할 것이다. 작가의 의도 속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인간에 대해 복잡한 마음을 갖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건 아닐까 짐작해본다. 이 책에서 인간은 나쁘지만 어린 인간들이 책임질 일은 아니니까.
있는 그대로의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상상 속 동물들의 자각과 탈출로 보여주는 책이지만, 또한 동물 산업에 대한 통렬한 비판도 담고 있다. 사람들의 구미에 맞도록 품종을 개량하고 어린 동물의 귀여움만을 소비하는 동물 산업의 잔혹함을 보여준다.
전미경_그림책방 곰곰 대표, 『몸, 잘 자라는 법』 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1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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