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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Apr 11. 2022

우리 엄마는요

엄마랑 밀당하면 누가 이길까?

우리 엄마는요

사카이 고마코 글·그림 / 김숙 옮김 / 32쪽 / 14,000원 / 북뱅크



『우리 엄마는요』는 『눈이 그치면』과 『한밤중에 아무도 몰래』를 쓰고 그린 사카이 고마코 작가의 작품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사소한 일상을 담았는데, 주인공의 갈등이 고조되어도 긴장감보다는 미소가 절로 떠오르고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어쩌면 이렇게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거고,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에 반해서 당장 어린아이 하나를 낳아 키우고 싶은 욕심까지 생길지도 모르겠다.


표지에는 흩어진 비스킷이 있는 식탁 앞에, 약간 삐진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앉아있는 어린 토끼가 있다. 속표지로 들어가면 빨래 더미에서 팬티스타킹을 끄집어내는 잠옷을 입은 토끼의 뒷모습이 보인다.

더 들어가면 아이와 엄마의 일상이 펼쳐지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엄마가 싫다고 말하는 내용이 이어진다. 특히 납득할 수 없어 항변하듯이 큰 글자로 강조된 부분이 있다. 바로 엄마가 자기와 결혼하지 못한다고 한 것! 아무리 쑥쑥 커도 절대로 결혼할 수 없다는 엄마가 싫어서 아이는 엄마와 헤어지기로 하고 집을 나간다. 아주 멀리 가버리려고 잠든 엄마에게 “엄마, 안녕!” 소리치고 문도 쾅! 닫는다. 그런데 공을 놓고 나가는 바람에 공을 가지러 다시 문을 열고 집에 들어와 엄마를 마주쳤을 때, 아이가 묻는다. 

“근데 엄마. 있잖아…. 나랑 다시 만나서 좋아?” 

“그러엄, 좋고말고지!” 

엄마의 한마디에 아이는 날듯이 엄마에게로 엎어진다.


작가는 사람 모습이 아닌 토끼로 그렸음에도 그 표정이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마법을 부렸다. 글은 더 줄여지지 않을 정도로 간결하다. 그래도 그 마음과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글과 그림뿐인데도 아이의 말투나 화난 정도, 기분까지 잘 느껴진다. 그리고 글 내용에는 없지만 육아와 살림으로 지쳐있을 법한 엄마의 전후 상황까지도 느껴지게 한다.


빨래 더미에서 팬티스타킹을 찾아내던 속표지 그림과 맞춤으로 그려낸 마지막 그림이 압권이다. 빨랫줄에 널어놓은 팬티스타킹 세 켤레! 아마도 엄마는 기운을 차리고 밀렸던 빨래를 한 후, 자기를 너무도 좋아하는 아들과 맛난 간식을 먹으며 재잘재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구나 싶은 것은 내 경험 때문일까?


배홍숙_행복한그림책연구소 연구실장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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