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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Apr 14. 2022

삶의 모든 색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그리는 즐거움

삶의 모든 색

리사 아이사토 지음 / 김지은 옮김 / 200쪽 38,000원 / 길벗어린이 



저는 평생 그림을 그려왔어요. 제 그림은 언제나 문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저희 자매에게 씩씩한 목소리로 여러 권의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저는 책 읽어주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 곁에서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후로도 지금까지 계속 그림을 그려왔고 이것이 제가 평균 이상의 그림 실력을 갖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열세 살에 일러스트레이터라는 낱말을 처음 배웠는데요. 그 무렵 학교 글쓰기 시간에 어른이 되면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고 적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과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걸 좋아했습니다. 무생물이나 풍경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유별나고 세상의 기준에서는 어딘가 불완전해 보이는 캐릭터를 묘사하는 일에 흠뻑 빠져있었습니다. 저는 그 일에 상당한 재미를 느꼈어요. 버스를 타고 가면서 특별한 코를 가진 사람이나 우스꽝스러운 몸동작을 하는 사람, 또는 아름답게 늙어가는 얼굴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그림에 대한 영감을 얻었습니다. 물론 그 사람들을 비웃고 싶다는 마음은 아니었어요. 저는 이러한 불완전함이 매우 흥미롭고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완전함은 지루한 일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어요. 어린이처럼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눈썹과 입에 작은 변화만 주어도 우리들의 얼굴은 완전히 달라지죠.


요즘도 여전히 일상 속의 사람과 그들의 얼굴을 그립니다. 저는 노르웨이의 주간지인 『Dagbladet Magasinet』에 11년 동안 매주 한 번씩 인간관계, 학교생활, 어린 시절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저는 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했던 책을 통해서 종종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엉터리 같은 인물이나 우주를 창조했어요. 꿈속의 이야기 같은 장면들입니다. 어린이책은 기본적으로 재미있어야 합니다. 유머가 중요해요. 어린이만이 아니라 어른 독자들에게도 즐거움을 안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나이 든 사람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그들은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해를 거쳐 오면서 겪은 경험과 삶, 슬픔이 담겨있고요. 기쁨으로 빚어진, 풍파를 겪은 늙은 얼굴에는 그만의 아름다움이 있어요. 욕심 없는 얼굴이나 놀라움에 가득한 아이의 얼굴에도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평범한 인물들에게 매료됩니다. 카툰 작가처럼 흥미로운 부분은 과장하는 것을 좋아해요. 한 사람을 한 장의 그림으로 그릴 때면 그 장면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그려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애매한 감정을 묘사하는 일이 어렵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가 자신이 지닌 감정을 두려워하고 은폐하는 경우 그리기가 어렵다고들 해요. 그러나 저는 이런 감정을 자주 그려봤고 종종 가장 흥미로운 결과물을 얻고는 했어요.

어른은 캐리커처로 그리기가 훨씬 더 쉬워요. 어른의 얼굴은 대개 그 사람의 어떤 모습을 사랑스럽게 과장하기 좋은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어린이의 얼굴을 그릴 때는 좀더 현실적인 다양성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 부분을 중요하게 여겨요. 제 일러스트 작품들이나 책을 보면 다양한 캐릭터가 모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일할 때도 이걸 의식하고 작업한 것은 아닙니다.


『삶의 모든 색』은 과거에 작업한 그림과 새로운 작업의 모음집입니다. 그림을 통해서 인생의 과정을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자 이 책을 만드는 일이 더더욱 매력적인 작업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일종의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 퍼즐 게임 같았어요. 꼭 맞는 그림을 선택하는 일과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문장을 유지하는 일에 노력을 집중했어요. 그 결과 그림이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었고 독자들이 손에 쥘 수 있는 문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제 스스로 과거를 돌아보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좋은 경험이었어요. 부족한 장면을 채우고 만들어가는 일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자연과 풍경에 대한 놀라운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 사람을 그 안에 포함시켜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게 사람은 자연보다는 집에 더 가깝습니다. 저는 자연 속에 인간을 세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것은 이야기에 살을 붙여가는 좋은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숲과 나무를 그리는 일을 좋아하는데요. 우리 인간들은 숲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어릴 때 J.R. 톨킨의 책을 읽고 받은 영향인 것 같아요.


기회만 있으면 거의 날마다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는 사람들에 대한 좋은 관찰자입니다. 이것은 제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오로지 그림만으로 사람들의 감정을 묘사할 수 있어야 하고 미묘한 기분이나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그린 그림이 그 텍스트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죠.


책의 앞표지와 뒤표지 사이에는 무한한 숫자의 현실과 우주가 존재합니다. 어린이들이 꿈꿀 수 있는 환상적인 우주가 거기에 있지요. 책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현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번역 김지은)



리사 아이사토 작가는 독창적인 스타일로 노르웨이에서 가장 사랑받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예술가입니다. 『삶의 모든 색』으로 2019년 노르웨이 북셀러상을 수상했고 그린 책으로는 『스노우 시스터』 『책을 살리고 싶은 소녀』 등이 있습니다.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2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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