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독서 Apr 22. 2022

유리 아이

온전한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다움’을 향해

유리 아이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글·그림 / 최혜진 옮김 / 54쪽 / 12,500원 / 이마주



‘나’를 정의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MBTI 유형을 많이 언급합니다. 그런데 나라는 사람을 유형만으로 쉽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나다움’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다운 모습에 대해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이처럼 ‘나’라는 존재를 정의하고 표현하기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더욱 그럴 겁니다. 


『유리 아이』는 자기다움에 대한 고민에 도움을 줄 열쇠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2002년 처음으로 출간되어 한국에서는 2004년 『유리 소녀』(베틀북)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여기서 다루는 책은 2019년에 작가가 결말을 고쳐서 새로 출간한 개정판입니다. 초판본과 개정판을 비교해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작가가 글과 그림을 수정하기도 했지만 번역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제목입니다. 성별에 한정되지 않도록 ‘소녀’를 ‘아이’로 바꾸었고, 초판은 주인공에게 ‘지젤’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개정판에서는 모두 ‘유리 아이’로 부릅니다. 특정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유리 아이는 투명하고 맑으며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예요. 처음에 사람들은 그런 아이의 모습을 동경하고 예찬합니다. 그러나 점점 모든 것이 투명하기 때문에 보여지는 아이의 생각이나 마음으로 인해 불편해집니다. 사람들은 유리 아이가 가진 외면적 아름다움처럼 내면 또한 그러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예민한 유리 아이의 몸에 금이 간다거나 부정적인 생각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안 좋게 볼 수밖에 없었지요. 이 부분에서는 우리 사회가 어린이를 대하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린이는 특히 ‘다움’이라는 제약을 가장 많이 받는 존재입니다. 아이다운 순수함, 아이다운 호기심 등 다양하게 어린이를 향해 특정한 이미지를 정해둡니다. 이를 벗어나면 아이답지 않다고 말하며 개인이 가진 성향들을 부정해버립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받지 못한 유리 아이처럼 말이지요. 


유리 아이는 사람들을 견딜 수 없어 집을 떠납니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자신을 인정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돌아오지요. 그동안 유리 아이는 달라졌습니다. 유리 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천천히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가냘픈 모습도, 빛나는 모습도, 투명한 모습도, 예민한 모습도, 온전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개정판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 바로 이 결말의 글과 그림입니다. 개정판은 더 분명하게 주제를 전달합니다. 투명하게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용기는 나에게서 비롯되며, 스스로 자신을 긍정하는 힘이 되어줄 겁니다. 그것이 유리 아이가 우리에게 전하는 ‘나다움’에 관한 아름다운 진실입니다. 



유지현_어린이청소년문학서점 책방 사춘기 대표


이 콘텐츠는 <월간아침독서> 2022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작가의 이전글 빅토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