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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Apr 26. 2022

오늘부터 배프! 베프!

나누고 나누는 하트 뿅뿅의 세상을 향해

오늘부터 배프! 베프!

지안 글 / 김성라 그림 / 104쪽 / 10,000원 / 문학동네



책 제목이 호기심을 일으킵니다. ‘베프’는 알겠는데 ‘배프’의 의미는 무엇일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책장을 펼쳤습니다. 이 동화에는 표지 그림에서처럼 세 명의 아이들이 등장하는데요, 주인공 서진이에게 유림이는 ‘베프’(베스트 프렌드)이고, 소리는 ‘배프’(배고플 때 맛있는 걸 나눠 먹는 프렌드)입니다.


서진이에게 생애 처음 ‘카드’가 생기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단짝 친구 유림이는 체크카드라고 생각하지만 이 카드는 ‘하트 뿅뿅’ 카드입니다. 이 이름은 서진이가 붙인 것이고 카드의 진짜 이름은 아동 행복 나눔 카드입니다. 취약계층이나 한부모 가정인 만 18세 아동에게 점심이나 저녁을 사 먹을 수 있도록 지급되는 것입니다. 서진이는 카드가 생긴 기념으로 유림이에게 맛있는 것을 사 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하트 뿅뿅 카드는 유림이의 체크카드처럼 마음대로 쓸 수가 없습니다. 학교 앞 분식집은 사용이 불가능하고,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는 품목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을 위해 지원하는 카드라면서 정작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살 수 없는 카드입니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고 학교에서 급식을 먹지 못하게 되자 하트 뿅뿅 카드처럼 실제로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모두 지원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따로 품목이 정해져 있고 무엇이 가능한 상품인지 아이들에게 정보가 안내되어 있진 않았습니다. 동화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결제가 가능한지 알기 위해선 상품을 계산대에 찍어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몇 번씩이나 계속 안 된다는 답을 들으면 아이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 장면을 떠올리니 속상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거절당한 마음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는 거절이라는 감정이, 급식 카드를 사용한다는 시선이 훨씬 더 크고 두려운 감정으로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환대받지 못한다는 느낌은 더더욱 용기를 내지 못하게 만들 것이고요. 

그런데 동화 속 어린이들은 다른 해결 방식을 보여줍니다. 거절에 절망하지 않고 더 씩씩하고 당당하게 위기를 이겨냅니다. ‘배프’인 소리는 서진이보다 급식 카드를 먼저 썼었기 때문에 사용이 가능한 상품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소리 덕분에 서진이도 무사히 편의점에서 저녁을 사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외롭지 않도록 서로에게 든든한 밥 친구가 되기도 했지요. 또 분식집 떡볶이는 아니지만 서진이는 ‘베프’ 유림이에게 편의점 떡볶이를 사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참치캔을 사서 아기 고양이에게도 나눠줍니다. 

자기 것을 기꺼이 나누고, 작은 것을 더 작게 나누어도 행복해하는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이처럼 맑게 자신들의 세계를 지켜나가는 어린이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럽습니다. 오로지 어린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 모습이 동화의 가장 빛나는 부분입니다.



유지현_어린이청소년문학서점 책방 사춘기 대표


이 콘텐츠는 <월간아침독서> 2021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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