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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Apr 27. 2022

짱과 야생곰 소리아

함께 살아가는 힘

짱과 야생곰 소리아

짜우 응우엔 글 / 찌뜨 주응 그림 / 변용란 옮김 / 120쪽 / 16,500원 / 북드림아이



『짱과 야생곰 소리아』는 여성 환경운동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야생 곰 구조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노블입니다. 주인공 소녀인 ‘짱’은 여덟 살 때 우연히 쓸개즙을 채취하는 곰 농장의 끔찍한 실체를 목격한 뒤 야생동물 보호 활동가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소리아’는 생후 2주 만에 밀렵꾼들에게 엄마 곰을 잃고 숲속을 헤매다가 구조된 아기 곰입니다. 야생동물 보호 활동가가 된 짱의 첫 업무는 소리아를 돌보는 일이었습니다. 짱은 소리아가 자립할 수 있도록 본능을 일깨우는 훈련을 시키고 관찰합니다. 소리아의 상태를 꼼꼼히 기록한 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짱의 노력과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짱의 지지와 응원 끝에 소리아는 결국 숲에서 사냥 본능을 발휘하며 자신이 야생 곰임을 증명해냅니다. 짱과 소리아에게 작별의 순간이 찾아온 것이지요. 


야생동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아무 숲에나 풀어줄 수는 없습니다. 최대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안전한 곳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공간을 찾는 건 쉽지 않습니다. 화전농업을 위해 숲을 불태운 흔적이 있고, 인간을 위해 만든 댐이 숨겨져 있고, 벌목업자들이 수많은 나무를 베어낸 흔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골프장과 놀이공원, 호텔, 쇼핑센터를 짓기 위해 무너진 숲이 있습니다. 도시도 모자라 자연 속까지 사람들이 차지하지 않은 공간은 없습니다. 



베트남의 자연을 고스란히 담아낸 듯한 서정적인 수묵 채색의 그림 속에서 숲과 동물들이 함께 어우러진 야생의 모습은 무척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특별한 교감을 통한 짱과 소리아의 우정, 돌보고 지키려는 다정한 마음들이 글과 그림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짱이 처음으로 활동했던 단체 ‘프리 더 베어스(FREE THE BEARS)’와 짱이 설립한 ‘와일드액트(WildAct)’가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와일드액트는 베트남 청소년들에게 야생동물 보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비정부기구로 사회와 개인이 멸종위기종들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일에 참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칩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동물보호 단체들이 있습니다. 곰과 관련해서는 사육 곰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갈 곳 없는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시설로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공간을 ‘생츄어리’라고 합니다. 아직은 낯선 단어지만 우리나라에도 조금씩 다양한 동물종을 보호하는 생츄어리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활동가라는 직업을 가지려면 짱처럼 배움과 노력을 통한 자격이 필요하겠지만, 보호 활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관심을 갖고 문제를 마주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 함께 행동하는 것입니다. 동물권이나 생명 존중에 관해 말하는 건 결국 나 아닌 다른 존재의 안전한 삶을 생각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모든 약자를 향한 존중의 마음으로 뻗어나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힘은 우리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유지현_어린이청소년문학서점 책방 사춘기 대표


이 콘텐츠는 <월간아침독서> 2021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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