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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Jul 21. 2022

마음이 마음에 닿을 때

숲속 사진관에 온 편지

이시원 글·그림 / 50쪽 / 13,000원 / 고래뱃속


함박눈 쏟아지는 어느 숲속,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의 놀란 눈에 이끌리듯 책장을 연다. 면지 왼쪽, 사진 한 장, 부엉이 부부와 다섯 개의 알이 보인다. 이제 곧 시작될 새로운 시간을 가늠하며 『숲속 사진관에 온 편지』를 쓰고 그린 작가의 마음에 닿는다. 


“어린아이 또는 버려진 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늘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외로운 한 존재를 사랑으로 품어낸 소중한 마음들을 작은 그림책으로나마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사랑으로 누군가의 가족이 되어준 모든 이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이 책을 바칩니다.” 


아, 추운 겨울 눈 쌓인 숲속 풍경이 따스하게 다가온 까닭이 여기 있었다. 올리브나무 가지마다 걸려있는 숲속 사진관 동물들의 가족사진이며, 이젤에 세워둔 꼬마 판다의 대가족사진, 풀빛 하나, 털 한 올까지 마음 쓴 그림들이 다정하다. 흰 비둘기가 숲속 사진관에 물고 온 편지, 가족사진을 갖고 싶다는 누군가의 소식에 곧바로 길 떠나는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 


마음이 생겨나면 마음은 길을 만든다. 길을 내어 마음을 부른다. 숲속 사진관에서 찾아오는 동물들의 가족사진을 찍어줬던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가 이번엔 자신들을 꼭 닮은, 신비로운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오른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나침반과 지도를 보며,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건너, 해가 솟아나는 머나먼 곳, 낯선 땅을 밟는다. 새로 낸 마음 길 위에서 만나는 동물마다 가족사진을 찍어준다. 가족의 형태는 모두 다르지만,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가 찍은 가족사진 속에는 사랑이 담겨있다. 

그렇게 북쪽 끝에 다다라 마침내 만난 편지의 주인공, 꼬마 북극여우! 


할머니와 단둘이 살던 꼬마 북극여우가 그토록 바라던 가족사진을 찍은 다음 날, 할머니 북극여우는 깨어나지 못한다. 슬퍼하는 꼬마 북극여우 곁에 나란히 함께 있어 준 곰 조수와 부엉이 사진사는 날이 밝자마자 꼬마 북극여우 목에 초록 목도리 둘러주며 함께 가자고 한다. 이제 셋이, 무지갯빛 하늘 위로 출발! 다시 돌아온 숲속 사진관에서 갓 태어난 아기 부엉이들과 아빠가, 부엉이 엄마와 꼬마 북극여우가, 곰 조수와 아기 부엉이가 반갑게 만난다. 

그리고 이렇게 한 가족이 된, 첫날의 소중한 순간이 찰칵! 


마지막 가족사진 속 꼬마 북극여우 머리 위로 빛나는 하트처럼 그림책 곳곳에 반짝이는 사랑 마음, 숲속 사진관에서 시작된 이 따스한 마음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그림책의 마음이 당신의 마음에 닿을 때, 어떤 마음을 불러올지도…. 


이숙현_『그림책이 마음을 불러올 때』 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0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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