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사진관에 온 편지
이시원 글·그림 / 50쪽 / 13,000원 / 고래뱃속
함박눈 쏟아지는 어느 숲속,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의 놀란 눈에 이끌리듯 책장을 연다. 면지 왼쪽, 사진 한 장, 부엉이 부부와 다섯 개의 알이 보인다. 이제 곧 시작될 새로운 시간을 가늠하며 『숲속 사진관에 온 편지』를 쓰고 그린 작가의 마음에 닿는다.
“어린아이 또는 버려진 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늘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외로운 한 존재를 사랑으로 품어낸 소중한 마음들을 작은 그림책으로나마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사랑으로 누군가의 가족이 되어준 모든 이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이 책을 바칩니다.”
아, 추운 겨울 눈 쌓인 숲속 풍경이 따스하게 다가온 까닭이 여기 있었다. 올리브나무 가지마다 걸려있는 숲속 사진관 동물들의 가족사진이며, 이젤에 세워둔 꼬마 판다의 대가족사진, 풀빛 하나, 털 한 올까지 마음 쓴 그림들이 다정하다. 흰 비둘기가 숲속 사진관에 물고 온 편지, 가족사진을 갖고 싶다는 누군가의 소식에 곧바로 길 떠나는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
마음이 생겨나면 마음은 길을 만든다. 길을 내어 마음을 부른다. 숲속 사진관에서 찾아오는 동물들의 가족사진을 찍어줬던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가 이번엔 자신들을 꼭 닮은, 신비로운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오른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나침반과 지도를 보며,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건너, 해가 솟아나는 머나먼 곳, 낯선 땅을 밟는다. 새로 낸 마음 길 위에서 만나는 동물마다 가족사진을 찍어준다. 가족의 형태는 모두 다르지만, 부엉이 사진사와 곰 조수가 찍은 가족사진 속에는 사랑이 담겨있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던 꼬마 북극여우가 그토록 바라던 가족사진을 찍은 다음 날, 할머니 북극여우는 깨어나지 못한다. 슬퍼하는 꼬마 북극여우 곁에 나란히 함께 있어 준 곰 조수와 부엉이 사진사는 날이 밝자마자 꼬마 북극여우 목에 초록 목도리 둘러주며 함께 가자고 한다. 이제 셋이, 무지갯빛 하늘 위로 출발! 다시 돌아온 숲속 사진관에서 갓 태어난 아기 부엉이들과 아빠가, 부엉이 엄마와 꼬마 북극여우가, 곰 조수와 아기 부엉이가 반갑게 만난다.
마지막 가족사진 속 꼬마 북극여우 머리 위로 빛나는 하트처럼 그림책 곳곳에 반짝이는 사랑 마음, 숲속 사진관에서 시작된 이 따스한 마음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그림책의 마음이 당신의 마음에 닿을 때, 어떤 마음을 불러올지도….
이숙현_『그림책이 마음을 불러올 때』 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0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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