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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Jul 29. 2022

아이를 위한 여신들의 기도

엄마

엘렌 델포르주 글 / 캉탱 그레방 그림 / 권지현 옮김 / 64쪽 / 25,000원 / 밝은미래



『엄마』는 웬만한 노트북보다 크고 묵직하다. 여느 책처럼 줄거리가 하나인 그림책이 아니다. 이 세상 곳곳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살다가 ‘엄마’가 된 여자들의 이야기 서른한 개가 모여 그림책을 이룬다. 엄마들은 자기가 낳은 아기를 안고 눈을 맞추며 속마음을 고백하고 또 미래를 다짐한다. “영원히 너를 지켜주는 엄마로 남겠다”고 몇 번이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들의 크고 아름다운 눈동자에 두려움이 있다. 왜 아니겠는가? 


“아이고 애가 애를 낳았네~.” 

우리나라 어른들은 아기를 안은 새내기 엄마를 보며 애정을 담아 한마디씩 보탠다.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이 걸어온 ‘엄마의 시간’을 떠올린다. 가슴 한쪽이 짜르르 해온다. 여자는 아기를 낳고 엄마가 되는 순간부터 엄청난 노동과 인내 그리고 허망해 보이는 일들을 날마다 반복한다. 아이와의 눈 맞춤, 아이의 옹알이, 웃음, 아이가 부르는 노래들…. 무엇보다 눈앞에서 날마다 크는 아이들 덕분에 자기가 엄마라는 사실을 벅차게 행복해한다. 대체 모성이 무엇인데 이렇게 사람을 꼼짝 못 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곧 서른이 되는 딸이 엄마가 되는 길을 간다고 해도, 가지 않겠다고 해도 나는 내 생각으로 관여할 맘이 없다. 

나 역시 그림책 속 엄마들처럼 첫딸을 낳아 키우면서 약속했었다. 영원히 너의 편이 되어주겠다고.



엄마 없이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던 아기는 서서히 엄마를 거부하기 시작한다. 자기 고집대로 먹고 입고 말하고 싶어 하다가 결국에는 자기 길을 가겠다고 한다. 엄마에게는 아프지만 사실은 참으로 다행인 일이다. 어떤 엄마는 아이가 보여주는 소소한 기쁨은 물론 아이의 고집, 난감한 일들, 중요한 결정들을 아빠 없이 겪을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아이가 엄마 품을 영원히 떠나는 장면이 딱 하나 나온다. 애통하게도 아기는 삶을 얼마 살아내지 못한 채 엄마를 남기고 하늘나라로 떠나버렸다. 엄마는 아기를 키우면서 수없이 실망하고 좌절하는 일을 거듭하지만 아이가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순간이 온다. 나이 들어 할머니가 된 엄마들은 내 아이에 관한 모든 기억을 품고 살아간다. 엄마는 그렇다. 


엄마는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할 에너지, 가지 않을 세상, 이겨내지 못할 고통을 경험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품은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아이를 낳아, 지지고 볶으며 엄마로 산 여자의 몸은 이제 몇 가지를 저절로 기억한다. 길에서 아이를 보면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며 웃음이 난다. 어딘가에 있을 내 아이와 세상 모든 아이들을 위해 엄마들은 기도한다. 

엄마들은 모두 여신이다. 세상은 여신들의 기도로 가득 차 있다. 



김미자_『그림책에 흔들리다』 저자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9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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