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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Aug 31. 2022

자란다

성장하는 아이들의 빛나는 순간들

보조 바퀴를 떼고 달리다가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토요일 오후, 세 시간이나 연습해서
드디어 두발자전거 타기에 성공했다!
어서 친구들이랑 자전거 타러 가야지.  



자란다

심예진 지음 / 40쪽 / 14,000원 / 노란상상


『자란다』는 제가 아이를 키우는 동안, 저희 아이와 또래 친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읽으면서 그린 성장 일기 같은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을 이루는 열여섯 장면에는 매번 서로 다른 주인공 아이와 그 친구들이 등장해요. 보통 그림책과는 좀 다른 방식이라 낯설게 여기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서로 다른 고민을 품고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해가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다채롭게 보여주고 싶어서 이런 구성 방식을 선택해 보았답니다.



까치발을 들고 스스로 공동 현관 숫자판을 눌러 문을 열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형, 누나들처럼 키가 컸다는 뿌듯함, 그리고 비밀번호를 잘 외워 으쓱한 기분도 들었겠죠. 처음으로 두발자전거를 탄 날은요? 보조 바퀴 떼고 달리는 친구들의 모습을 부러워하던 아이는 열심히 연습해서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제 친구들과 함께 달릴 수 있어 더 신이 납니다.

학교라는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 놓였을 때, 걱정되고 두근거리는 마음도 클 거예요. 어떻게 해야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새로운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게 중요하겠죠. 마음이 딱 맞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 학교생활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워집니다. 단짝이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다른 아이랑 친해지거나, 별거 아닌 오해로 사이가 멀어지면 학교에 가기 싫어지기도 하고요. 저희 아이도, 그리고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요즘은 가족끼리 여행을 가는 일도 참 많지요. 저와 우리 식구들도 여행을 정말 좋아한답니다. 낯선 곳으로 모험을 떠난 듯한 설렘, 자연을 실컷 누리며 시간을 보낼 때의 즐거움,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의 충만함, 고생 끝의 보람 등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정말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린이의 성장을 다룬 이 그림책에는 여행을 떠난 이야기가 꽤 자주 등장한답니다. 아이와 함께 여행 다니며 만난 아름다운 풍경들이 이 책의 군데군데 등장하지요.

아이들의 삶이 즐거운 배움의 순간으로만 가득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많아요. 특히 친구들과 비교하고 경쟁해야 하는 일들이 그렇지요. 그런데 똑같은 일도 저는 다른 사람과 경쟁할 때보다 순수하게 몰입할 때가 훨씬 즐거워요. 아이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고요. 초급, 중급, 상급반으로 나뉘어 윗반으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수영 강습보다는 물놀이가 훨씬 더 신나고요, 독서왕이 되기 위해 하루에 열댓 권씩 책을 읽고 독서록을 쓰기보다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책을 내가 원하는 만큼 보는 게 훨씬 즐겁지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남보다 나은 성적이나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 애쓰기보다는, 스스로 푹 빠져서 즐겁게 하는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은 겨울방학에 친구들끼리 만나 밖에서 실컷 놀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 먹는 장면으로 정했어요. 자기들끼리 약속을 정해서 만나고 용돈으로 컵라면을 사 먹는 아이들 모습이 어쩐지 의젓하고 다 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자란다』는 수채파스텔, 색연필, 연필, 수채물감으로 작업을 했어요. 수채파스텔로 전체적인 느낌을 주고 그 위에 색연필과 연필로 라인을 그렸어요. 파스텔의 뿌연 느낌은 수채물감으로 선명하게 살려줬어요. 그림 스타일을 새롭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더 명확해진 것 같아요.

이번 그림책을 기획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기존 그림책 형식과 달리 장면마다 주인공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매 컷마다 어떤 성격의 애들을 등장시킬까, 남여 주인공의 비율 등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작업 기간이 더 길었던 것 같아요.


『자란다』를 처음 기획했을 때 제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지금 벌써 6학년이 되었어요. 더 어렸을 때는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 사귀기도 힘들어하던 아이를 지켜보면서 부모로서 속상할 때가 많았답니다. 그래도 오래 믿고 기다려주니 지금은 친구들과 신나게 어울려 놀고 학교생활도 즐기는 아이로 자랐어요.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저도 부모로서 조금씩 성장한 것 같아요. 그 여정이 담긴 이 책을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어 기쁩니다.


심예진 작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HILLS)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습니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그림책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린 책으로는 『엄마는 겨울에 뭐하고 놀았어?』가 있습니다.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2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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