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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Sep 19. 2022

연결고리를 알고 보면 더욱 빠져드는 모래알 그림책

그림책 전문 출판사 3 - 모래알

‘모래알’은 도서출판 키다리의 그림책 브랜드입니다. 2017년 첫 번째 그림책을 출간한 후 2022년 4월까지 스물여덟 권의 국내외 그림책을 출간했습니다. 이 중 국내 그림책은 열세 권, 번역 그림책은 열다섯 권인데요, 창작 그림책은 준비하는 기간이 최소 1년에서 길게는 수년씩 걸리다 보니 현재까지는 외서 비중이 조금 높습니다. 최민지, 사이다, 이명애, 송미경+최경식, 이은선, 김지우, 서영, 오승민 작가님과 흥미로운 작품들을 준비 중이니 국내서 비중이 더 커지는 시기가 올 것으로 예측됩니다.


현재까지 출간된 모래알 그림책들은 각 작품들이 주제나 표현 방식, 작가 등의 연결고리로 느슨하게 이어지는데요, 어떤 접점이 있는지 소개합니다.

모래알 그림책 중 많은 분들이 아껴주신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사랑하는 새를 보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해 ‘세상 끝’까지 달려가는 곰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애틋한 곰의 마음을 편지글로 표현한 텍스트와 개성 있는 그림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2018년 12월에 출간되어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 중에서

‘서로 많이 다르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사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거기 누구 있니?』와 맞닿아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글로벌 일러스트레이션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갈색 곰과 하얀 곰이 친해지는 과정을 마치 숨바꼭질 놀이하듯 표현한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이미지만큼 텍스트 또한 독특한데요.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로 이루어진 벨기에 그림책을 한국어판으로 출간하면서 하얀 곰의 언어를 이누이트어로, 갈색 곰의 언어를 한국어로 설정했지요. 김지은 선생님은 작품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번역 기획을 실현하기 위해 친히 이누이트어를 공부하셨답니다.

『거기 누구 있니?』 중에서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가 특정 인물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담았다면 『우리의 모든 날들』자신이 사는 곳을 깊이 사랑하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보면 좋을 지점은, 이들의 사랑이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에서 곰과 새가 그들의 친구들로부터 다정한 격려와 응원을 받은 것처럼, 『우리의 모든 날들』의 에메 아저씨는 자신이 평생 아끼며 살아온 공간에 나타난 이방의 존재들을 기꺼이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받아들입니다. 

이 작품들은 혼자서는 ‘끝’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건 ‘함께하는 순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하지요.


『이상한 나라의 정지오』는 두 가지 갈래로 다른 출간작들과 연결됩니다. 먼저 이 책은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작가만의 개성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빨간 모자』를 환경문제의 관점으로 패러디한 『늑대를 잡으러 간 빨간 모자』와 연결됩니다. 널리 알려진 작품을 현재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작품에 대한 관심은 2022년 하반기 출간 예정인 ‘세헤라자드와 성난 왕(가제)’으로 이어집니다. 이 책이 『천일야화』를 어떤 방식으로 해석해서 보여주는지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편 『이상한 나라의 정지오』는 능동적인 어린이의 모습과 강인하고 지혜로운 여성 캐릭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물개 할망』과 연결됩니다. 이 작품들에서 어린이들은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기꺼이 모험을 하고, 고민을 풀어갈 실마리를 찾습니다. 우리 민화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기법으로 작업한 『이상한 나라의 정지오』는 출간 전 ‘아이들이 이런 그림을 좋아할까?’라는 의구심 어린 질문을 받기도 했었는데요. 독특한 이미지에 반한 어린이들이 직접 콜라주 기법을 시도한다는 소식에 안도감을 느낀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그림만이 아니라, 작가가 자기 개성을 표현한 작품들도 모래알 그림책으로 담아내고 싶으니까요.

이명애 작가님과는 『물개 할망』을 함께 만든 인연으로 그림책 『휴가』를 같이 작업했는데요, 이 책이 2022 볼로냐 라가치상에 지원한 2200여 권의 도서 중 수상작에 가까웠던 100종(THE AMAZING BOOKSHELF)에 선정되어 반갑고 기뻤습니다. 『휴가』에 이어 이명애 작가님과 새롭게 준비하는 작품은 2023년에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챔피언』『색깔을 찾는 중입니다』는 작가 이름을 가리고 보더라도 한 사람의 그림임을 짐작하게 하는 작품들입니다. 개성 있는 이미지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레자 달반드의 작품들로, 두 권 다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작입니다. 이 작품들은 각각 파얌 에브라히미, 키아라 메잘라마가 글을 썼는데 주제 면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내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 따가운 시선에 굴하지 말고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자는 겁니다.


이런 메시지는 지난해 6월 출간돼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난 나의 춤을 춰』와도 연결됩니다. 날씬한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위축되고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모습은 나이대에 상관없이 많이들 공감하는 장면입니다. 원제는 ‘오데트는 탭댄스를 춘다’인데, 책의 주제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한국어판 제목을 정했습니다.


『엄마가 그랬어』아이와 엄마의 엇갈리는 마음을 글과 그림의 엇갈림으로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서로 사랑하지만 서로 다른 마음을 가진 두 사람이 어떻게 엇갈리고 어떻게 마주하는지 가족의 달 5월, 함께 만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첫눈에 좋아지는 그림책이 있는가 하면, 맥락을 알고 보면 좋아지는 그림책도 있습니다. 여기 소개된 책들 중 아직 만나지 않은 그림책은 꼭 한번 찾아봐 주시고, 이미 아는 책들은 연결된 책들과 나란히 봐주시면 많이 기쁠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그림책으로 만나고 연결되길 기대합니다.


위정은_모래알(키다리) 편집장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2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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