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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Nov 28. 2022

가드닝은 과학입니다

동네에서 만난 작가 - 강세종

해마다 봄이 되면 아파트 단지에 식물 트럭이 온다. 그때마다 ‘로즈마리를 다시 키워볼까?’ ‘아니지, 또 죽이면 어쩌려고?’ 하며 발걸음을 돌린다. 처음에는 길거리 꽃 가게에서 작은 포트에 담긴 로즈마리를 샀고 여러 번 죽였다. 마지막에는 제법 자란 로즈마리 화분을 들여와 잘 키웠는데, 결국 또 죽었다. 그 이후 어디서든 빽빽하게 자란 로즈마리를 보면 탄성을 지르며 멈춰 선다. 헤어진 연인이라도 이처럼 그리워할까 싶게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기 어렵다는 로즈마리에 집착하고 있다. 올봄에는 어쩔까 고민하다 『식물 상담』을 만났다. 플라워·가드닝숍 ‘가드너스와이프’를 운영하는 강세종 대표가 꼭 나 같은 식물 초보자를 위해 쓴 책이다. 단박에 읽고 인터뷰를 청했다.

ⓒ강세종

식물은 핫한 아이템

가드너스와이프는 플로리스트인 아내 엄지영과 가드너인 남편 강세종이 운영한다. 2007년 삼청동에서 시작해 몇 번의 이전을 거쳐 현재는 성북동 본점과 인천 송도에 지점을 두고 있다. 20여 년 가까운 시간 동안 부부는 숍을 안정적으로 성장시켰을 뿐 아니라 플라워숍 예비창업자를 위한 『올 어바웃 플라워숍』을 공동 집필했다. 2012년에 출간된 이 책은 2018년 개정판이 나왔고 지금도 꾸준히 쇄를 거듭하는 스테디셀러다. 또 2011년부터는 플로리스트와 가드너를 위한 스쿨을 열어 강의를 하고, 2014년에는 창업 특강도 시작했다. 부부가 했던 클래스는 모두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잠시 문을 닫았지만 덕분에 『식물 상담』을 집필할 수 있었다며 강 대표는 웃었다.


강 대표에게 플라워와 가드닝 클래스에 모이는 수강자의 비율부터 물었다. 처음 클래스를 열었을 때는 8:2로 플라워를 배우려는 수강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2020년대에 이르자 비율은 거의 반반 정도로 비슷해졌다. 꽃과 식물에 대한 사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의 식물 애호는 좀 유별난 구석이 있다. 경험적으로 꽃과 식물이 눈에 들어오려면 연륜이 좀 쌓여야 하는데 요사이 식물 애호는 젊은 세대에게 트렌드로 소비되는 느낌이다. 식물에 관한 정보를 담은 책 혹은 식물로 치유를 경험하는 에세이 등도 여럿 나왔고, 카페 등에서 흔하게 식물을 볼 수 있는 인테리어의 필수품이다. SNS, 유튜브, 앱에도 식물 정보가 넘친다.


개인적으로 식물 애호는 현실 속 인간관계를 대신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사람과 달리 적어도 식물은 내가 통제할 수 있지 않은가. 강 대표에게 이유를 물었다. 강 대표는 개인 미디어의 파급력을 제일로 손꼽았다. 코로나까지 겹치며 SNS에서 내가 키우는 식물을 자랑하는 건 자신의 취향과 전문적 지식을 뽐낼 수 있는 마니아스러운 아이템이 되었다. 그릇, 음식, 루이스폴센 조명처럼 식물 애호는 관심을 부르는 기호가 되었다. 최근 아열대식물을 많이 키우는 건 실내에서 키우기에 적당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껏 없던 새로운 종류의 식물인 데다 화려한 무늬의 잎을 가져 희귀템으로 맞춤한 이유도 있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휘귀성이 식물 애호에도 필요해진 시대다.


본다는 것만큼 욕망을 자극하는 감각은 없다. SNS에서 흔한 댓글이 “어디서 샀어요?”가 아닐까. 보면 사고 싶고, 보면 키우고 싶다. 20~30대는 이렇게 식물을 만나고 온라인으로 식물을 구매해 키운다. 물론 유튜브와 인터넷에 ‘테이블야자 키우는 법’ ‘유칼립투스 키우는 법’을 검색해 정보를 얻겠지만 집에 들여온 식물은 그럼에도 죽는다. 강세종 대표의 『식물 상담』은 정확히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식물을 죽인 경험이 있나요?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문진표를 작성하듯 『식물 상담』을 펼치면 ‘셀프 체크 리스트’부터 나온다. 나를 알고 식물을 알자는 뜻! 내가 열여섯 개의 항목에 ‘예스’라고 답한 건 딱 두 개! 결국 그동안 나는 식물을 키울 때 알아야 할 기본 상식도, 우리 집의 환경도 모른 채 덜컥 식물부터 샀다는 뜻이다. 강 대표는 ‘우리 집에 어울리는 식물 찾기’를 권한다. 즉 식물을 먼저 고르는 게 아니라 내 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식물을 고르라는 권유다. 그래야 식물이 죽어나가지 않는다.


강 대표는 가드너스와이프에서 오랫동안 고객을 만나왔다. 봄이 되면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 우르르 몰려와 빵을 고르듯 식물을 사 간다. 식물들은 어떻게 될까? 2~3주 후면 식물이 어김없이 죽는다. 누구든 식물이 죽고 나면, 한참 동안 식물로부터 멀어진다.

안 되겠다 싶어 강 대표는 고객에게 해당 식물의 관리법을 나눠주고 키울 환경을 묻기 시작했다. 로즈마리를 사고 싶다는 남성 고객에게 “어디서 키우실 건가요?”라고 물으면 “화장실이요”라는 황당한 답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허브는 향이 있으니 화장실에 두겠다는 무지막지한 발상이었다. ‘바다의 이슬’이란 뜻을 지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로즈마리는 지중해 바닷바람 속에서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자라온 식물이다. 햇빛과 바람이 중요한 허브를 화장실에 두겠다는 건 처음부터 말려 죽이겠다는 말이다. 화장실에는 방향제를 두는 게 맞다. 이런 경험을 통해 거시적으로 식물을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식물 상담』이 탄생했다.


강 대표는 ‘가드닝은 과학’이라고 말한다. 독자로서 특히 이 점에서 감동했다. 그동안 ‘왜 아침과 저녁에 식물에게 물을 줘야 하는지?’ ‘허브는 왜 바람이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이 모든 궁금증을 『식물 상담』에서 풀었다. 사실 개인 미디어는 조회수가 중요하니 자극적인 비법을 말하려 든다. 하지만 삶에 족집게 비법이 있던가. 똑같다. 식물을 잘 키우려면 오묘한 생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제대로 이해하려고 애를 써야 한다. 남의 식물 부러워할 것 없이 내가 사는 집의 빛과 바람과 온도부터 알아야 한다. 아무래도 로즈마리는 다음에 키워야 할 것 같다.


한미화_출판 칼럼니스트, 『동네책방 생존 탐구』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2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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