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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Dec 05. 2022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뭘까요?

산타 수첩

노부미 글·그림 / 이기웅 옮김 / 32쪽 / 12,000원 / 리틀씨앤톡



엄마 생활 7년 차,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건만 아직도 육아는 참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12월이 다가오면 엄마들의 육아가 아주 조금 편해지기도 하는데요. 일명 엄마에게는 ‘산타 찬스’, 아이에게는 ‘산타 협박’이 효과를 발휘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말 안 들으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안 준다!” 

“산타 할아버지한테 선물 받으려면 일찍 자야지” 

“뚝! 울면 크리스마스 선물 못 받는 거 알지?” 

조금 치사하지만, 이런 말 해보신 적 있다면 다들 공감하시겠죠?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 아이들에게만 선물을 준다고 하는데, 과연 어떻게 해야 착한 어린이가 되는 걸까요? 

그래서 산타 할아버지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정확하게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착한 일을 100개 해야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다고요. 착한 일을 하면 하늘에서 내려온 산타 수첩에 스티커가 하나씩 붙어요. 마치 칭찬 스티커처럼요. 아이들은 착한 일 100개를 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답니다. 주인공 아이도 이에 질세라 착한 일을 시작했지요. 반려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부터 시작하여 심부름, 설거지 돕기, 엄마 어깨 주물러주기 등등. 그렇게 착한 일을 하다 보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어요. 다른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세상 그 어떤 일보다 행복했거든요. 그런데 오직 한 사람, 할머니는 아이의 착한 일을 거부합니다. 선물이 갖고 싶어서 하는 그런 가짜 착한 일은 필요 없다고요. 물론 장난감을 받고 싶어서 시작한 착한 일이지만 정말로 할머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할머니에게 진심을 전하기 위해 산타 수첩을 갈기갈기 찢어버립니다. 드디어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었어요. 다른 아이들은 모두 스티커 100개가 붙은 산타 수첩을 머리맡에 두고 잠이 드는데, 주인공 아이만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받게 되는 걸까요?


이 그림책 속 할머니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제 주위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폐 끼치기도 싫고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상대의 호의와 친절을 한사코 거절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호의를 호의로, 친절을 친절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산다는 건 얼마나 외로운 일일까요? 그래도 그 옆에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손자가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어쩌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건 아이가 아니라 할머니인지도 모르겠네요.


요즘은 ‘착하다’라는 말을 듣는 게 좋은 의미만은 아닌 시대입니다. 착하다는 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내 마음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되기도 하죠. 아이에게 착한 어린이가 되기만을 강요하지 말고,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보아요. 서로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를 기쁘게 하는 일을 하는 거죠. 주는 마음도, 받는 마음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런 게 진짜 크리스마스 선물 아닐까요? 저도 올해는 ‘산타 협박’ 대신 “사랑한다”고 한 번 더 말하는 그런 엄마가 되어보려고요. 모두 행복한 성탄절 보내세요! 


이혜미_그림책방 근근넝넝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1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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