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독서 Dec 14. 2022

닮은 그림, 괴물의 발견

괴물원

주나이다 글·그림 / 송태욱 옮김 / 40쪽 / 13,000원 / 비룡소



지난 방학 동안 둘째 아이와 함께 책방에 출근을 했습니다. 검정 양복을 입고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를 꿈꾸는 저의 작은 괴물이지요. 아이는 검은색 옷을 차려입은 『괴물원』을 보자마자 반갑게 집어 들었습니다. 책 표지에 득시글거리는 괴물들을 보는 아이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사람과는 다른 생김새에 우스꽝스럽고 무섭기도 한 괴물들의 모습에서 아이는 그리운 친구의 얼굴을 봅니다. 마스크에 가려지지 않은 코와 입을 보고 혀를 내밀거나 찡그린 표정을 봅니다. 상상 여행을 떠나기도 하며, 길을 잃은 친구들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영웅이 되기도 하지요. 


아이 덕분에 『괴물원』은 겨울 내내 제 곁에 머물렀습니다. 아이와 같이 읽고, 혼자 다시 읽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림책 사이에 숨어있던 괴물들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괴물원이 잠든 사이에 열린 문으로 빠져나오는 괴물들의 모습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과 손을 지닌 어린이들처럼 보입니다. 입가에 즐거움이 담긴 괴물,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손톱을 아작아작 깨무는 괴물, 친구 등에 올라 꼭 껴안은 괴물, 할 말이 있어 손을 앞으로 내미는 괴물들을 찾을 수 있지요. 

마을로 향하는 괴물 무리를 발견하자 사람들은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급니다. 괴물들은 집들 사이로 난 어둑한 길을 따라 그저 걸어가지요. 낯선 마을의 텅 빈 거리를 말입니다. 환하게 불을 밝힌 집들 사이로 쭉 뻗은 길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외출을 허락받지 못한 어린이들이 문득문득 괴물들을 궁금해하며 거리를 내다봅니다. 마을에 떠도는 차가운 공기는 괴물들의 숨을 따라 깊숙하게 스며듭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괴물들의 얼굴은 땅바닥으로 향하고, 한 눈 혹은 세 눈, 네 눈은 빛을 잃어갑니다. 입가에 머물던 호기심 어린 미소는 자취를 감췄어요. 


괴물들은 행진을 멈추고 어둠 한복판에 서있습니다. 얼마나 오래 이곳에 있었던 걸까요? 잠수함의 불빛에 수많은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손가락 끝을 입에 물거나, 손끝을 톡톡 두드리거나, 서로를 마주보고 있어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얼굴로요. 아이들은 용기를 내 괴물들에게 묻습니다.

“어디에서 왔어? 집은 어디야?” 

괴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모아 대답합니다.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잠수함을 커다랗게 만들어 괴물들을 모두 태워 괴물원으로 향하지요.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듭니다. 오늘의 일이 꽤나 만족스러운 씩씩한 얼굴을 하고요. 다음날 아침, 괴물들은 마을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괴물들이 남긴 희미한 발자국이 아니었다면 지난밤의 모험이 꿈이라고 해도 믿었을 거예요. 아이들이 괴물들의 손을 잡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해봅니다. 아이들은 평화를 부르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괴물들을 구하는 아이에게도, 간절한 소망이 있는 어른에게도 ‘다른 그림 찾기’ 대신 ‘닮은 그림 찾기’를 슬며시 권합니다. 


권은정_그림책방 노른자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2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작가의 이전글 있는 그대로의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