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독서 Dec 28. 2022

아이들과 돌아보는 옛 생활사

기획자 노트 - 밝은미래 ‘1970 생활문화’ 시리즈

얼마 전 친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등산을 가게 되었다. 아침 일찍 구파발역에서 모인 친구들은 인사를 나누자마자 주위를 둘러보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야, 여기 정말 많이 변했네”라는 말을 꺼냈다.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서 자신이 갖고 있는 이 근방의 추억거리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다들 한 번쯤 경험한 일일 것이다. 일반 전화기가 무선으로 된 것에 놀라던 시절이 조금 지나자마자 삐삐를 차고 공중전화를 찾았고 핸드폰의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공중전화 부스가 철거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MP3 플레이어나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새로운 기술뿐 아니라 신도시가 생기고 재개발이 되면서 자신이 알던 동네가 전혀 알지 못하는 곳으로 변화되기도 한다.

이 같은 변화가 속도를 더하며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에서 해방이 되자마자 분단과 함께 전쟁이 있었고 여러 격변기와 함께 새마을운동이 시작되고 한강의 기적과 88올림픽까지 천지가 개벽하는 세상 변화를 이뤄냈다. 너무도 빨리 변화한 만큼 옛 기억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면 몇 살 차이가 나지 않아도 세대 차이를 느끼곤 한다. 심지어 같은 시대를 살았어도 환경에 따라 다른 시대를 산 것 같아서 낯설 때가 있다.


‘1970 생활문화’ 시리즈는 이러한 빠른 변화 속에서 옛 생활을 돌아보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얘기하고 서로 간의 간격을 좁힐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특히 광복과 한국전쟁이 있었던 1940~50년대를 지나 폐허를 딛고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어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던 시절인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조명했다. 급격하게 변화한 당시가 오랜 옛날과 현재를 잇는 중간 역사의 측면이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권영묵 『그래도 텔레비전 보러 갈 거야!』 중에서

요즘 근현대사 박물관이 많이 생겼는데 당시 사람들이 살던 생활공간이나 마을 풍경을 보존해두었다.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타자로서의 시선을 갖고 “옛날에는 이렇게 사람들이 살았구나!”라고 관찰을 한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았다. 당시 집이나 가게 풍경과 당시 물건들의 모습뿐 아니라 사람도 함께 생활했다는 것을 박물관만 보고 느끼긴 쉽지 않다. ‘1970 생활문화’ 시리즈는 그 시대의 생활상뿐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과의 공감을 표현하려 하였다. 당시 새로운 것을 보면서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던 여러 기억과 감정을 요즘 아이들과도 나누려 하였다.


‘1970 생활문화’ 시리즈는 5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출간되었다. 기획 단계에서 글을 쓰는 것은 글작가들의 기억으로 시작되었지만, 그림책으로 시각화하는 과정은 수정의 연속이었다. 자료를 갖고 스케치나 채색을 한 그림이었지만, 검토한 사람들 눈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것은 계속 찾아서 수정하였고 그림 그리는 작가와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찾아 얘기해나가야 했다. 학교 책상과 걸상 모습, 신발과 옷 모양, 집 풍경, 집 안의 소품들, 길거리 차량 모습 등을 계속 보며 눈에 거슬리지 않는지, 시대와 맞는지 살펴야 했다.

ⓒ정아리 『울 언니가 결혼한대요!』 중에서

처음에 출간된 책은 시장에 대한 이야기인 『영자 아줌마네 양장점』이었다. 시장의 여러 먹거리나 다른 풍경도 많았지만, 옷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다. 멋진 옷을 입고 멋진 액세서리를 하고 멋진 물건을 갖고 학교에 와서 자랑을 했을 때 그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며 자신도 그것을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은 지금 아이들이나 당시 아이들이나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컸다. 옷을 양장점에서 맞추고 기다리는 것은 생소하겠지만, 그 속에 담긴 관계와 감정은 충분히 공감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 외에 전화에 대한 에피소드나 목욕탕에 대한 이야기, 버스를 타고 떠나 본 시내 풍경 등도 모두 요즘 아이들도 그 감정과 태도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는 것으로 준비했다.


‘1970 생활문화’ 시리즈를 보면 “돌려 보는 통통 뉴스”라는 코너가 있다. 각 그림책의 우측에 돌려서 읽도록 구성한 정보 꼭지이다. 각 펼침 페이지마다 있으니, 19꼭지나 되어 정보량도 적지 않다. 그런데 왜 정보를 보기 불편하게 돌려놓았을까? 책을 기획할 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욕심이 있었다. 하나는 생활사 그림책으로 아이들이 그림책에 빠져서 재밌게 읽어갈 수 있고, 또 하나는 주제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정보를 그림책과 같은 시선으로 보이게 구성하니, 아이들이 그림책을 넘기면서 이야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맥이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정보를 책 말미에 넣거나 중간에 1쪽을 채워서 넣게 되면 같은 정보라도 한꺼번에 제공되다 보니 정보량이 많고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정보를 돌려서 구성했고 반응은 괜찮았다. 얼핏 보면 불편하다고 여겼던 사람들도 그림책을 읽을 때 정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하고 정보는 앞에 찾아볼 수 있는 차례가 있어서 하나씩 궁금한 것부터 보니 정보량이 많지 않고 적당했다는 반응이었다.


‘1970 생활문화’ 시리즈는 도시락 편을 끝으로 10권으로 완간했다. 당시 생활상과 문화 가운데 다루지 못한 부분도 많지만 이 시리즈를 통해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더 많은 것을 알아나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다음 아이들을 위해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조명하는 책을 만들 날을 기다리고 있다. 


송재우_밝은미래 편집장


이 콘텐츠는 <월간아침독서> 2022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작가의 이전글 지금을 만든 역사와 사람들을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