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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Jan 04. 2023

이토록 친절한 식물 안내서

그림책방 주인이 추천하는 그림책

신비한 식물 사전

아드리엔 바르망 글·그림 / 이한음 옮김 / 200쪽 / 24,000원 / 보림



여러분이 자신에 대한 사전을 만든다고 생각해보세요. 내 이름이 사전 제목이 될 수도 있겠죠. 나의 무엇을 보여주고 어떤 기준으로 늘어놓아 볼까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 시간순으로?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영화를 통해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복잡한 고민이 시작될 거예요.

사전 제작의 핵심 중 하나는 무엇을 분류 기준으로 놓느냐겠지요. 그 사전이 택한 관점이니까요. 무엇을, 어떤 관점으로 보여주는지는 사전의 가장 크고 중요한 두 기둥입니다. 세상에는 이미 다양하고 훌륭한 식물 백과사전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식물 사전은 계속 나오고 있죠. 사전의 중요한 두 기둥이 식물 사전마다 어떻게 세밀한 다양함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그 사전만의 재미와 그 사전의 의의를 발견할 수 있어요.


『신비한 식물 사전』의 작가 아드리엔 바르망은 흥미로운 분류 기준을 가지고 재미있는 항목들을 만들어냈습니다. ‘가시 달린 식물’ ‘닮은꼴’ ‘독을 품은 식물’ ‘마법의 식물' 등이요. 이 항목들을 보고 있노라면 식물을 어린이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어린이들에게 좀더 식물이 흥미롭게 느껴질 법한 방식, 재미있고 친근하게 설명하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낸 노력이 보이거든요. 꽤 두꺼운 책이고 안에는 다양한 항목이 있는데요, 이렇게나 다양하고 여러 방식으로 어린이를 생각해본 작가의 어린이에 대한 애정이 전해집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항목뿐만 아니라 그림의 구성과 스타일 또한 친근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는 부분이지요. 먼저 우리가 흔히 본 백과사전과 세밀화 도감 속의 식물 이미지를 떠올려보세요. 흰 바탕에 주인공 식물만 등장하지 않나요? 식물이 어떤 공간에 속한다는 느낌 없이 ‘두둥’ 하고 소개되는 하나가 흰 바탕에 우뚝 존재하지요. 그 주변은 온통 텍스트이고요. 이 책에서는 작가가 자신이 만든 항목을 독자가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식물을 어떤 상황 위에 두었습니다. 숲속이기도 하고 들판이기도 하고 부엌이었다가 한창 농사짓는 밭의 한가운데에 가 있기도 하죠. 요정들 사이에 숨어들었다가 눈밭으로 옮겨가기도 하고요. 이 방식이 제겐 매우 친절한 가이드로 느껴졌어요. 주인공 식물이 실은 일상 속에 혹은 어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가까운 존재임을 글이 아니라 보고 바로 느낄 수 있도록 이미지 안에서 연출해주었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페이지는 ‘초원의 풀’이에요. 이 페이지를 보는 독자는 자신을 이 발의 주인공으로 놓고 풀밭에 돗자리를 깔고 파란 하늘 아래 누워있다고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대부분 이렇게 들판에 누워서 내 발치의 풀들을 바라보며 날씨를 만끽한 적이 있을 테니까 상상이 아니라 회상이 더 적합할까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요. ‘여기 나온 들솔체꽃, 크로커스, 방울새풀, 노랑토끼풀은 내 주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다음에 풀밭에 간다면 한 번 더 둘러봐야겠어.’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면, 독특한 방식으로 사전의 분류를 작업한 작가의 의도가 적중한 것이 아닐까요? 자연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존재로 소개하고 싶은 마음과 노력을요. 세상의 식물들이 생명력을 뽐내며 자라나는 요즘입니다. 책 속에서도 그리고 책 밖의 산과 들에서도 즐거운 식물 생활을 하시길 바랍니다. 


명유미_달걀책방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2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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