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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Jan 30. 2023

정답 대신 더 많은 ‘왜’를 떠올리게 하는 책

반니 ‘왜 문제일까?’ 시리즈

『왜 언론이 문제일까?』에는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를 담은 한 제보자의 사진이 실려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연평도 모습을 어떤 언론사는 있는 그대로 실었고, 다른 언론사는 연기가 위협적으로 보이게 채도를 올렸다.

사진 보정은 조작일까? 아니면 논조에 힘을 보태는 보정은 용인해야 할까? 

사실이 중요할까, 의견이 중요할까? 

중학교 교과서에서는 다루기 쉽지 않은 내용이다. 이제 10년 남짓 지난 사건이고 정치적 성격도 띠며, 정답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언론의 역할을 이해하자면 이런 사안이 제격이다. 실제로 나라마다 언론이 사회에서 하는 역할이 조금씩 다르며, 우리나라 언론사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왜 언론이 문제일까?』 중에서

복잡한 현실을 직시하고 무수한 ‘왜’를 만나야 자기만의 정답을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다. 안전함과 온건함을 지켜야 하는 교과서가 갈 수 없는 지점, ‘왜 문제일까?’ 시리즈는 그 지점까지 청소년 독자를 데리고 가서 생생한 현실 사회의 ‘왜’를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왜’라는 질문으로 생각 확장하기

‘왜 문제일까?’ 시리즈를 만들면서 학창 시절을 떠올릴 때가 있다. 몇 년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를 정답 삼아 외워댔고 도대체 왜 그 일이 일어났는지,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를 고민한 기억은 별로 나지 않는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여전히 시험 점수는 중요하겠지만 적어도 시험의 평가 척도가 다양해졌다. 어떤 사안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왜 그런지 따져보는 능력도 요구되는 것이다.

‘왜 문제일까?’ 시리즈의 쓸모도 여기에 있다. 청소년이 교과서에서 만나는 주제들, 예컨대 기후변화나 인공지능, 언론과 자본주의에 관해 의심해볼 기회를 ‘왜 문제일까?’가 제공한다. 정말 기후변화가 문제인 건지, 인공지능의 어떤 점을 우리가 받아들이고 또 경계해야 하는지, 식탁에 매일 올라오는 음식의 종자에 어떤 사연이 얽혀있는지 고민해보게 하는 것이다. ‘왜’라는 질문으로 생각을 확장하는 것. ‘왜 문제일까?’ 시리즈가 청소년 독자에게 전하려는 바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책

지난주에 막 인쇄를 마친 『왜 플라스틱이 문제일까?』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이 책을 만들면서는 모바일로 반찬을 사고 배달 음식을 주문하기 전 멈칫하게 된다. 하루 만에 집 한편을 가득 채우는 플라스틱이 지구 어디까지 흘러갈지 생각도 해보게 된다. PS, PE, PP 같은 플라스틱 표기가 이전에는 눈에 들어온 적이 없지만, 이제는 플라스틱 물건을 받으면 뭐라고 표기되어 있는지부터 찾아본다. ‘왜 문제일까?’ 시리즈를 만들면서 겪는 일들이다.

『왜 플라스틱이 문제일까?』 중에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세간을 들썩이던 때 『왜 인공지능이 문제일까?』를 만들면서 알파고의 승리가 어떤 의미인지 조금이나마 알았고, 『왜 동물원이 문제일까?』를 만들고는 가급적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환경에 갇혀있는 동물은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

이 시리즈는 나를 비롯한 독자에게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놓쳤던 불편한 진실을 바라보게 한다. 우리가 흔하게 누리는 것들에 부족한 점은 무엇이며,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지식을 확장하는 연결고리

이 책이 내세우는 것은 ‘왜’이지만 책을 만들면서 ‘무엇’에 관해서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이 책의 원고를 처음 받으면 간혹 책의 제목에만 주목해, 어떤 현상이 왜 문제인지만 깊이 파고드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책의 독자가 청소년이란 점을 다시 떠올린다. 청소년은 다양한 지식을 만나는 시점에 와있다. 지식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문제점만 받아들인다면 외려 편견이 자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루려는 대상의 온전한 이해가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그래서 책의 도입에서는 다루는 소재에 관한 기초 지식을 친절하게 다루고 있다. 대상의 개념, 역사 등을 다양한 사진과 표로 그려주고 필요하다면 박스를 본문 곳곳에 마련해 설명한다. 본문 뒤에는 용어 해설이나 독자가 더 찾아보면 좋을 책이나 영화, TV 프로그램 등을 소개한다. 이 책이 지식을 확장하는 연결고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책의 표지를 만들 때는 책마다 가급적 새로운 일러스트 작가들과 협업한다. 책이 다루는 주제를 최선의 이미지로 표현하기 위해서이기도, 또 각각의 책이 시리즈라는 틀 안에서 각자의 고유성을 가졌으면 해서다.


‘왜 문제일까?’ 시리즈는 작고 얇은 책이지만, 많은 청소년이 이 책을 읽고 세상에 더 많은 질문을 던졌으면 한다. 청소년을 위한 지식의 연결고리로서 ‘왜 문제일까?’ 시리즈의 여정은 계속될 예정이다.


김태현_반니 편집자


이 콘텐츠는 <월간아침독서> 2021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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